東岳(동악)으로
내 나이 하나가 또 넘어갔다.
마지막 남은 반토막 연필도
함께 묻었다.

허리짤린 연필을 위하여
공중에 매달린 한조각 酒店(주점) 등불을
조용히 내렸다.
솟구치던 언덕과
그 건너 먼 곳의 언덕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금을 그었다.

껌처럼 질긴 어둠이
아무것도 없는 者(자)와 함께 언덕을
넘어간
올해의 내 나이를 따라갔다.
가장 먼저 눈뜬 새벽으로
가는 길은 험하고 멀기만하다.

休紙(휴지)가 된 나의 族譜(족보)를
밤새도록 뼈만 남은 친구의 이야기가
희룽하고 있다.
용서를 값싸게 사들이지 말라고,
용서를 값싸게 팔아넘기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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