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리는
초사흘날 새벽길이
바다속으로 빠지고 있다.

젖은 그물 사이로
간밤의 노랫가락은 새어나가고
갯펄에 서있는 뱃머리
눈먼 少女(소녀)의 슬픈 사랑이
世上(세상) 빗소리되어 찾아온다.

물줄기 끌고 온
사공들은 보이지 않고
내 창백한 손금 밖으로
두 서너마리 게들이 걸어나와
빠진 새벽길 찾아 나서고
빗소리로 보이는 갈매기 떼들이
온 사람들의 잠을 부수고 있다

지난밤 몰려든 어둠의 발끝에
투망 걸머진채
우뚝 서버린 몇척의 어선들,
東海(동해)쪽으로 재촉하는 내 이야기도
들리고
바다가 그리운 눈먼 少女(소녀)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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