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밤을 뜨겁게 수놓은 등불마다

  다채롭게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려는 행렬들 틈에서 승리의 상징인 東佛(동불)의 코끼리도 그의 자리를 침묵으로 메꾸고 있고, 밤샘을 하고, 오늘 새벽 4시에 아침 예불을 드리던 정성을 담은 東佛(동불) 회원들의 맑은 눈망울들은 그네를 자신에게로 향한 마음의 문인듯 했다.
  ‘선학원’에서의 초파일 행사 기념법회에 다녀온 나는 이 허허벌판을 메운 채 방황치 않는 불자들의 틈바구니에서 자그마한 내 구석도 발견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단상에서는 식이 거행되어 호국 불교의 이념 하에 만세 삼창도 있었고 무게 있는 저음으로 이어지는 반야독경소리가 모두의 마음을 두드리듯 나에게까지 와 닿는 순간 빈 나의 가슴은 울렁이었다.
  제등행렬 순서에 의해 나의 분홍빛 연등에도 마음의 불을 환히 밝히었고, 고조된 희열을 느끼면서 한 발자욱 두 걸음 어디엔가 무엇을 향해 내딛기 시작했다.
  앞 대교 건너편에서 누리의 어둠을 연연히 헤쳐 밝히고 있는 만등불사는 우리네 모두의 마음을 등불 하나하나에 쏟아 넣고 나를 부르고 있는 듯했다. 그리하여 나 역시 그곳을 향해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일까?
  대교를 지나면서 송골송골 맺힌 법우들의 땀방울에서 끊임없이 목탁에 맞춰 읊는 ‘석가모니불’의 외침에서, 느끼어 배우고 깨친 그대로를 행하는 불도를 느낄 수 있었다.
  더욱이 불교합창단의 불경 합창은 그 그윽함이 가슴 깊이 파고들어오곤 했다.
  조급히 차도를 피해 다녀야만 했던 서울의 대로를 두발로 딛을 수 있는 이런 날, 길 양가에서 흥분하고 박수치는 저들은....
  잠시 힘들다는 생각을 하나 했는데, 나의 연등이 불로 화해버렸다. 무엇인가가 엄습해 오면서 나의 잘못은(?) 하는 식의 자학이 시작되었고 이어 한참동안의 침울에서 거짓된 나를 벗어버려야만 했다.
  어느새 서대문 고가도로를 오르고 있었고 길게만 느껴지던 우리의 행렬이 내 뒷 꽁무니에서 잘리운 듯 했다.
  보고 싶던 얼굴, 잊혀진 얼굴이 깔린 밤거리에서 너울대는 등불마다 서리어 나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하늘에서도 지그재그로 꽃빛을 뿌리고 있다. 조계사 골목에 들어선 것이었다. 우리의 행렬이 조계사를 지나면서 안타까이 허공에 뜬 마음을 날리었고, 이제는 흐트러진 대열 속에서 내 마음을 묶어야만 했다. 또 다시 동악으로 향하는 코끼리를 쫓는 마음의 발자욱은 법열과 함께 피로가 쉬임없이 부서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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