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바람 소리 더욱 훈훈하여라

  큰 산이 작은 둔덕을 깔아뭉개는 것을 보았는가
  이 세상 너비도 한점 티끌을 괄시하지 못한다.

  한바다가 빗물 한방울을 거부하는 것을 보았는가
  영겁의 세월도 순간의 그 뜻은 짓밟지 못한다.

  안개구름 들녘에 스러지자
  어둠을 깨면서 연꽃 망울 벌듯

  티끌을 쌓고 순간을 거두어
  일흔 두 살 묵은 슬기,

  경험은 언제나
  未知(미지)의 문을 여는 열쇠인 것을.

  그러나 지금은
  눈얼음에 갇힌 계절,
  하숙집 골목에 기침소리 높더라도
  속살을 다져라 길을 여는 이,

  천지가 텅 비어
  산길 더욱 호젓하듯
  창 밖에 인적기 끊어져
  책장 넘기는 소리 한결 아늑한 것을.

  마음을 갈앉히는
  도서관의 난로소리,

  그대 精進(정진)에 눈바람소리
  더욱 훈훈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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