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에서 불어온
물기 머금은 바람이
머리를 풀어헤쳐 춤을 추고

강가 물위에서 세상을
웃으시던 아버지가 여름날
밤하늘을 바라보며 소리없이
소리없이 누워 있다.

천막에 매둔 등불이
銘旌(명정)처럼 휘날릴 때, 가라.
네 영혼의 눈물아, 九泉(구천)으로 가라.

풀벌레들이 號哭(호곡)을 하고
그 옛날 울 할아버지 뒤뜰
살구나무에 목맨 전설듣고
강물이 자잔대며 와 부서진다.

향불이 숨을 거두면
아버지는 北邙山川(북망산천)으로 떠나갈
채비를 하고 이젠 어느 곳에서도
웃음소릴 들을 수가 없다.
이젠 들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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