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새벽 안개는
꽃진 거리에선 떠나거라 떠나거라 하는
풀잎의 속말이 되어 몰려 온다.

희끗희끗 늙은 갈꽃이며
허리 잘린 산줄기 데리고
참으로 맑은 말들 내건 채
우리의 마을 몇 개 재우며 온다.

우리나라 새벽 안개는
겨울 쭉정이밭 한줌 흙인듯
차디찬 맨발로 서성인다.

말 없이 저무는 무덤에 싸여
종이 같은 피와 살 벗어 버리고
이른 잠만큼 門(문) 밖으로 물러서서
우리의 빈 들녘 깨우며 서성인다.

우리나라 새벽 안개는
외로이 산 그림자 눕고 있는
가뭄 짙은 아버지 손등 위로 떠나간다.

바람 불어 아득해진 도시의 허리에
부끄러운 귀들 내려 놓으면서
젖은 그 칼날 빛날 때까지
우리의 눈물 소리 맞이하며 간다.


아아 추위뿐인 아침
雨期(우기) 지나고 오는 햇살처럼
헐벗은 산에서 살아난 두 길을 재우고
우리 가난한 살 속으로 와서 빛나는
새벽, 새벽 안개들이여
아무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이 땅
우린 무엇을 키워야 하고
우린 무엇으로 살아 남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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