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망양(讀書亡羊). ‘장자’의 변무편에 보면, 사내종과 계집종 둘이 함께 양을 지키고 있다가 둘다 그만 양을 놓치고 만 이야기가 나온다. 계집종인 곡(穀)이 사내종인 장(臧)에게 어찌된 일이냐고 묻자, 장은 “죽간을 끼고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고 대답했다. 곡은 “주사위를 가지고 놀다가 양을 잃어 버렸다”고 말했다. 둘다 다른 일을 하다가 정작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한 것이다. 독서망양은 ‘책을 읽다가 양을 잃었다는 말’로, 다른 일에 정신을 팔다가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한다는 뜻이다.

▲지난 5월 20일 천안함 진상(眞相)조사에 대한 결과 발표가 있었다. 정부는 북한의 소행이 확실하다며 여러 가지 증거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며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한 치의 물러섬이 없는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담화문(談話文)을 발표하고 ‘북한선박의 해상교통 통행 불가, 남북간 교역과 교류 중단, 무력침범 시 즉각 자위권 발동과 군 전력의 획기적 강화’ 등 북한을 자극하는 군사적 강경 발언만 쏟아냈다.

▲남북관계가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는 정치적 힘겨루기에 한창이다. 민주당 등 야4당 대표와 한명숙 서울시장,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 등은 지난 28일 여의도공원에서 공동기자 회견을 갖고 “현 정권의 선거용 전쟁놀음에 투표로 심판해달라”는 대국민 호소문(呼訴文)을 발표했다. 또 “우선 군사재판을 열어 경계·정보·작전·지휘통제 등의 실패에 대해 군형법 위반 혐의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지난 20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반민족적 범죄행위로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대북 응징’을 요구했다. 언제 어디서 국지전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해가고 있다.

▲전쟁불사론을 펴는 정부도 옳지 않지만, 전쟁을 이용해 보수층의 지지를 확고히 하려는 한나라당이나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위기에서 군사재판을 열어 군 수뇌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민주당 등의 야당들의 행태(行態)도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의 이런 모습은 책을 읽다가 양을 놓친 ‘장’이나 주사위 놀이를 하다가 양을 잃어버린 ‘곡’의 이야기처럼 눈앞의 이익 때문에 정작 중요한 일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셈이다. ‘국민 없는 정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독서와 주사위 놀이에 정신이 쏠려 정작 중요한 양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여당과 야당은 선거라는 눈앞의 이익보다는 국민이라는 ‘양’을 지키는 일을 강구해야 될 때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