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작가 윤고은의 ‘발칙한 상상(想像)’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문단(文壇)의 주목을 받아온 젊은 작가 윤고은의 첫 번째 소설집이 나왔다. 2008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무중력 증후군’에서 작가는 달이 하나 둘씩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설정(設定) 하에 그로써 일어나는 사건(事件)들을 흥미롭게 풀어냈었다.

이미 검증(檢證)된 상상력 있는 작가답게 소설집 ‘1인용 식탁’에서도 그 만의 독특한 스토리텔링과 기발한 상상력의 향연(饗宴)이 펼쳐진다. ‘1인용 식탁’에 수록(收錄)된 소설은 모두 9개다.

표제작인 ‘1인용 식탁’은 혼자 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그러나 그것이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인베이더 그래픽’도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무명작가로 날마다 백화점 화장실에서 노트북으로 소설을 쓴다. ‘달콤한 휴가’에서는 작은 빈대 때문에 정상적(正常的)인 인간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보는 듯하다.

“책을 펼치는 행동은 문을 여는 행동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또 다른 상상의 문으로 들어간다. 윤고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나 현실을 기반(基盤)으로 한다. 팍팍한 현실 위에 상상이라는 달콤한 소스를 뿌려 그만의 언어로 버무리는 것이다. 아주 잠시, 작가의 손끝이 스쳤을 뿐인데도 현실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탈바꿈된다. 이것이 윤고은 작가의 장기다.

무인호텔에 갇힌 채 결국 야생동물화 되어 도로 위에서 죽고 마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씁쓸한 ‘로드킬’. 이 소설은 한국사회의 폐쇄적(閉鎖的)인 성격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이 가미(加味)된 비극적인 내용이다.

2004년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登壇)한 작가의 데뷔작인 ‘피어싱’ 또한 수록됐다. 도발적(挑發的)인 소재와 신선한 발상이 대학 문학상의 수상작답다.

윤고은 작가의 소설은 트램펄린과 같다. 소설적 상상력의 진폭과 그로 인한 현실의 변신이 어디까지 튀어오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미에서다. 힘차게 발을 구르며 뛰면 밤하늘의 달까지 닿을 수 있을 듯도 하다. 그러다 보면, 작가의 상상력처럼 달이 한 두 개쯤 늘어나는 것은 예삿일이다.

그러나 현실을 벗어날 수는 없다. 작가를, 그리고 작가의 상상을 튀어 오르게 만드는 주체(主體)는 바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두 개쯤 언제나 현실 그 자체(自體)에서 상상을 피워낸다. 그뛰면 밤. 이처럼 두 개쯤 언제든 쉴 틈 없이 휘몰아치는 아홉 개의 ‘상상 돌풍’속으로 독자(讀者)들을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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