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도 벤처일 수 있다는 생각 심고 싶어”

 공자(孔子)는 식(食), 병(兵), 신(信) 셋 중에서 군사[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식이라고 하여 군사력보다 백성을 배불리 먹이는 양식을 강조했다. 서구 기독교 교리에서 농민은 식량을 생산하는 근면한 사람들로서 ‘신의 선택을 받은 자’로 여겨진다. 이와 같이 농업(農業)은 국가를 불문하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명 산업이지만, 오늘날 농업은 경쟁력이 없는 ‘사양 산업’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업은 먹는 것이 전부라는 개념을 타파하고, 농업에 엔터테인먼트, 예술을 접목(接木)하여 우리 농업의 새로운 장을 제시하고 있는 농업혁신 전도사가 있다. 그는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1차관으로서, 농식품부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민승규(농업경제88졸) 동문이다.  

직접 발로 뛰는 농업전도사

민승규 동문은 삼성경제연구소의 수석연구원으로 일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 농수산비서관으로 발탁돼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지난해 1월 농식품부 제 1차관에 임명됐다. 민 동문은 취임식에서부터 ‘꿈이 있는 농업이 돼야 한다. 농업이 변하려면 농식품부가 먼저 변해야 한다’며 ‘창조적 정책’과 ‘처절한 노력’을 강조하여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의지를 반증하듯, 민 동문은 주말마다 농업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농민의 목소리가 농정에 반영(反映)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는 “농민들이 교육을 신청하면 ‘방방곡곡 농업스쿨’이란 이름으로 현장 특강을 개최한다”며 “직접 교육도 진행하며, 잠도 농가에서 같이 잔다”고 말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이번 농식품부가 어느 때보다 현장(現場)을 강조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받게 했다.

동국에서 배운 농촌의 생리

‘그 누구보다 부지런한 농민들이 왜 생활이 어려울까를 책상 앞에서 고민만 해서는 안된다. 직접 현장에 가서 농촌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관계(關係)들을 봐야한다’.

민승규 동문은 스승인 우리대학 주종환 교수의 이러한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안 가면 감이 떨어진다”고 말할 정도로 시간이 날 때마다 농촌 현장을 찾는 민 동문의 그 ‘감’이야말로 그가 지금의 자리에 이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는 “농업 경제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학자인 주종환 교수가 동국대에 있다는 이야기를 형으로부터 듣고 동국대 입학을 결심하게 됐다”며 “주종환 교수님의 지도 덕분에 농업 경제학이라는 학문에 매료(魅了)될 수 있었고, 농업경제학자로서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다”며 스승에 대한 감사를 표현했다.

주종환 교수 찾아 입학 결심

민승규 동문은 “나는 모범생이기 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농촌 곳곳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고 재학시절을 떠올렸다. 전공 공부를 제쳐놓고 2학년 때까지 친구들과 농촌을 여행하는데 몰두했던 그가 본격적으로 농업 경제학에 입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종환 교수님과의 만남” 덕택이라고 밝혔다.

“군대에 다녀오고 나서야 처음으로 전공수업에 참석했다. 교수님께서 개강 첫 수업부터 지각을 해 남아 있던 맨 앞자리로 걸어가는 나에게 질문을 했다”며 스승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그 때 대답이 명쾌했는지 그 이후 수업시간마다 질문을 하는데, 답변을 하기 위해 공부할 수 밖에 없었다”며 “질문 응답식의 강의를 통해 농업경제학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인연으로 학부 조교생으로 발탁된 그는 주종환 교수의 연구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농업경제학에 대해 많은 토론을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의 교수님 말씀은 아직까지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농업에 상상력을 불어넣다

농촌에서 마시는 술로 인식되던 막걸리는 국내 식품시장을 주도(主導)하면서 한식에 대한 관심까지 함께 끌어올렸다. 이를 반증하듯 막걸리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선정한 ‘2009년 10대 히트상품’ 중 1위를 차지하는 등 소비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막걸리 흥행의 중심에는 민승규 동문이 있었다. 그는 쌀 소비를 확대하고 값싼 술로 인식돼 왔던 막걸리의 고급화를 위해 세계적인 와인 ‘보졸레 누보’와 같은 마케팅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비트박스, 비보잉, 아크로바틱 등을 동원해 비빔밥을 문화 예술 공연으로 승화시킨 비빔밥 퍼포먼스를 고안(考案)해낸 것도 그이다.

창조적 플레이어가 되라

전통 농업에 예술, 문화 등을 덧붙여 고부가가치화해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벤처 농업’을 토대로 농식품부의 혁신(革新)을 이끌고 있는 민승규 동문. 그는 후배들에게 “창조적인 플레이어가 되라”고 조언했다. 그가 말하는 창조적인 플레이어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의 발상을 내놓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는 “미래 사회는 가치의 원천이 ‘지식과 정보’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전환(轉換)된다”며 “빙산에 일각에 불과한, 자신의 밑에 깔려있는 상상력을 끌어 올리는 데 주력하라”고 조언했다.

꿈과 희망이 있는 농업을 만들기 위해 ‘네트워크를 표현하는 연(連), 열려있는 사고를 뜻하는 개(開), 작지만 강한 농업을 뜻하는 소(小), 이미지 쇄신을 뜻하는 문(紋)’ 연개소문 전략을 표방한 민승규 동문. 그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색다른 농정 전략(戰略)으로 우리 농업의 미래를 밝혀나갈 그의 모습이 기대된다.

 

프로필

△ 1961년 서울 출생 △ 1988년 동국대 농업경제학과 졸 △ 1994년 일본 도쿄대 대학원 농업경제학 박사 △ 1995년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센터 수석연구원 △ 2000년 한국벤처농업대학 설립, 교수 △ 2005년 농림부 농업통상 정책협의회 위원 △2008년 대통령실 경제수석실 농수산비서관 △ 2009년 1월~ 현재 농림수산식품부 제 1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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