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교수 학습법 재교육’등 대안 마련 부심 …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영어강의 임하는 자세 필요

도입 2년 맞은 영어강의의 빛과 그늘

대학가에 불어온 ‘국제화 열풍(熱風)’이 아직도 뜨겁다. 우리대학 역시 국제화 열풍에 발맞춰 영어강의를 지속적으로 늘려오고 있다. 그 결과, 전체 강의에서 영어강의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고, 학생은 물론 교수들까지 필수적으로 영어강의를 진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영어강의의 확대에 대해 의문, 혹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영어강의가 도입된 지 약 2년이 흐른 지금, 현재 우리대학의 영어강의의 현황을 알아보고, 어떤 것이 개선되야 할 지 취재했다.

영어강의 비율의 지속적 증가

교무팀에 따르면 우리대학의 전공 영어강의는 2008학년도 1학기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8학년도 1학기에는 10%였던 전공 영어강의의 비율이 2009학년도 2학기에는 19%까지 증가했다. 현재 2010학년도 1학기 전공 강의에서 영어강의가 차지하는 비율은 27%에 달한다.

영어로 진행되는 교양과목 역시 증가하는 추세(趨勢)다. 2008년에 개설된 1,686개의 교양과목 중 영어로 진행되는 교양과목이 299개로, 약 17%의 비율을 차지했다. 2009년에는 총 1,769개의 교양강좌가 개설됐고, 그 중 21%에 해당하는 382개의 강의가 영어로 진행됐다. 영어강의의 비율이 17%였던 2008년에 비해 83개의 강의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영어강의의 비율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 경영대의 경우, 현재 121개의 강좌 중 약 60%에 해당하는 71개의 강좌가 영어로 진행되고 있다. 경영대학은 국제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영어강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양동훈 경영대 학장은 “올해 영어강의를 60%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를 달성했고, 내년에는 7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선택 아닌 필수가 된 영어강의

영어강의가 확대됨과 동시에 학생들 역시 영어강의는 피해갈 수 없는 필수코스가 돼버렸다. 졸업 요건에 영어강의 최저이수기준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2009학년도 이후에 입학한 학생의 경우, 8과목 이상의 영어강의를 들어야하고, 광고홍보학과와 경영학과, 경영정보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은 11과목 이상의 영어강의를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본인의 희망 여부와는 관계없이 영어강의를 듣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또한 우리대학은 교양교육원에서 주관하는 신입생 영어레벨테스트(U-TEPS)를 통해 신입생의 영어실력을 수준별로 A, B, C로 나눠 A에 해당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트랙을 진행하고 있다. 영어트랙을 이수하는 학생들은 ‘불교와 인간’ 강좌를 영어로 듣는 등 여러 영어강의를 이수하게 된다.

또 우리대학은 교수들에게 영어강의 진행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다. 영어강의를 진행하는 교수에게는 어문계열의 강의는 시간당 2만원, 그 외에는 시간당 3만원의 영어강의 수당이 지급(支給)된다. 또한 2007년 이후에 신규 임용된 교수부터는 영어강의가 신설될 때 1회에 한해서 200만원의 교재 개발비를 받는다.

하지만 인센티브와 별개로, 교수에게도 영어강의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2007년 3월 이후에 신규 임용된 교원의 경우 매학기 1과목 이상의 영어강의를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지급된 200만원의 교재 개발비를 환수(還收)당하고, 교육업적평가 감점을 받는 등의 불이익을 겪게 된다. 이제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까지 영어강의를 필수로 진행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영어강의의 효용성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의 경쟁력을 제고(提高)하기 위해서는 영어강의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무팀 김영훈 팀장은 “요즘 학문자체가 영어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재학생들의 사회진출을 위해서는 영어 실력이 필수인 만큼 영어강의는 더 이상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학교 측은 전공이 아닌 교양 과목의 영어강의도 효용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우리대학은 2009년 신입생 영어레벨테스트 결과 A등급을 받은 1,000명을 대상으로 영어트랙을 운영해왔다. 교양교육원에 따르면 영어트랙 수강생을 대상으로 4번의 모의토익을 통해 영어능력을 테스트해본 결과, 1차 시험 대비 평균성적이 118.9점이 향상(向上)됐다.

교양교육원 박세훈 학사운영실장은 “영어트랙 수강을 통해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라며 “분석결과를 보면 영어트랙이나 영어강의가 학생의 영어능력 향상에 일정 수준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 문제

점차 영어강의의 비율이 확대되고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영어강의를 진행하는 교수와 영어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반응은 다소 부정적이다.

공과대학의 한 교수는 “학교 순위를 올리기 위해서 영어강의가 필요하다는 학교 측의 얘기가 있어 영어강의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라며 “장기적으로는 영어강의가 도움이 되는 것이 맞지만, 공대 과목은 한국어로 진행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영어를 통해 수업을 진행하면 단순한 지식전달 수준의 강의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바이오시스템대학의 한 교수도 “영어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영어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학생들이 영어강의를 이해하지 못해 한국어로 강의를 진행하기도 한다”며 학생과 교수 간에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수준차이가 너무 심해 영어강의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회과학대학의 한 교수는 “잘하는 학생은 이해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인데,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다”라며 “학생들의 편차(偏差)가 너무 심해서 강의의 난이도와 속도를 맞추기 어렵다”라고 불편함을 토로(吐露)했다.

학생들 역시 영어강의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임창훈 군(국문09)은 “ 학생들에게 영어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력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 의무적으로 영어강의를 듣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승우 군(경제07)도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학생들이 편법으로 한국어 교재를 이용하거나 교수님 역시 답답한 나머지 강의 도중에 한국어를 사용하는 등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영어강의는 개선(改善)돼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구성원 모두 개선노력 동참해야

많은 교수와 학생들이 영어강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었지만 학생과 교수 사이의 의사소통이 원활(圓滑)하지 못한 점이나, 학문의 차별성을 존중하지 않은 채 무조건 영어강의를 늘려가는 등 제도적인 차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무팀 김영훈 팀장은 “효과적인 영어강의 진행을 위해 교수 학습법 개발을 지원하는 등 학교 측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교수학습개발센터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중” 라고 말했다. 또 교양교육원 박세훈 실장은 “영어강의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지 이제 2년 차인 만큼 개선해야 할 점이 있을 것”이라며 “교수와 학생 모두 어려움이 있겠지만, 국제화에 발맞춰나가기 위해서는 영어강의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영어강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또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학교의 각종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기 주도적으로 영어강의에 참여하는 학습태도의 변화도 필요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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