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昌植(이창식)

  기쁘다. 감사한다. 쓸 것이다. 한편으로는 부끄럽다. 身體檢査(신체검사)할 때 性器(성기)를 보이듯이.
  이 글도 풀지 못한 의문의 매듭을 위해서 쓴다. 완전한 正答(정답)을 기대하지 않는 매듭풀기다. 나는 매일 보고 찾는다. 어떻게 풀어놓은 어렴풋한 사실을 다시 엮어갈 수 있는가를. 職想(직상)의 마디속에 아직 시작과 끝을 찾지 못하는 線(선)이다. 神(신) 이외에는 찾지 못할 일일지도 모른다.
  수천번 만난 바다에서 두 번 똑같이 만난 바다는 없다. 수많은 사람이 각자 만난 바다 역시 그럴 것이다. 비늘 하나, 모래 한 알, 조각비의 깨짐, 부레 터진 물고기, 海草(해초), 꽃게발 하나까지 만나야 한다. 물론 살아있는 精液(정액)까지 풀어 놓으며, 이따금 이런 속에서 神(신)과 해후 할 때 잡아낸 表現(표현)의 양식은 여러 사람들까지 共感(공감)함을 안다. 그러나 아직 잡아 낸 것은 神(신)의 시늉조차 아닌 작살에 꽂힌 한 마리 생선의 意識(의식)이다. 올 겨울에는 오징어를 낚으며 ‘三國遺事(삼국유사)’를 풀어보기 위해 울릉도 近海(근해)에 고기잡이를 가겠다.


◇ 咸成柱(함성주)

  솔직히.
  생각지도 않았던 돈이 생기게 됐다. 이제 나도 살아 봐야겠다. 우선 만원쯤 투자해서 주택복권을 백장쯤 사야겠다. 그 중에 만원짜리 한두장은 들어있을 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에게 再生(재생)의 方法(방법)을 일러준 김군과 오군에게 씽긋, 웃음이라도 보내자.
  작년에 나한테 용기를 북돋아 주시던 全榮慶(전영경) 선생님 생각이 난다.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이 땅의 文人(문인)틈을 비집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나 적당히 살아간다는 건 말도 안된다. 연탄도 한 오십장 들여놓고, 찬바람 부는 窓(창)도 고쳐야지. 지금 봄의 실태를 만회해보기 위해서도 이번겨울은 무사히 보내고 싶다.
  거짓과 실수의 연속으로 점철된 올해야 빨리 지나가버려라.
  변변치 못한 글을 뽑아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내 곁에서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게해준 친구들에게도 고마움을 느낀다.
  잡초처럼 열심히, 뿌리 채 뽑혀진 잡초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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