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신) 陃巷詞(누항사)

  <1> 새벽都市(도시)
새벽안개의
빛나는 송곳니를 보았다.
손바닥 하나만큼씩 쏟아져내리는
빈 벽의 이빨을 보았다.
황달을 앓는 벗은 나무들
서리를 몰고오는 쥐떼가 짓밟으며
지나갔다.
숲의 저쪽으로
일그러진 人間(인간)의 얼굴이 던져져있고
그 사이로
새벽안개 지나가는 行列(행렬)을 보았다.

  <2> 칼
칼을 갈았다.
엷은 망사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을
저미려고
번득이는 새벽개
한없이 가슴으로 무너져 내리려고,

한 마리 칼날이 번득일 때마다
떡잎 갈라지듯 갈라지는 소리
쓰러진 나무둥치를 밟고
角(각)진 舖道(포도) 위를 걸으면서
술 한방울 바람 속에 섞으면서
비 쏟아지는 노랑잎새 나무를 쓰러 뜨리면서.

가을날 숨져간 먼지에게
하루하루 떠나는 연습하며 손을 잡는 공허에게
머리를 숙이고 칼을 갈았다.

  <3>여름의 꿈
폐선의 갑판 위에
시퍼런 敵意(적의)가 도사리고 앉아있다.
누더기같은 햇살에도
그놈은 녹아내리지 않는다.
어느 여름 異國(이국)의 항구에서 묻어왔을 흑장미 한송이
마스트 끝에서 펄럭이고,
졸고있는 都市(도시)가 아름다웠다.
바다에서 생선 썩는 냄새가 불어왔다.
환한 대낮.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