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스승과 제자를 1만 겁(劫)의 인연이라고 말한다. 부모와 자식으로 맺어지는 것과 같은 인연이다. 부부는 8000겁, 형제는 9000겁의 연이니, 사제(師弟)의 연은 이보다 더 각별한 셈이다. ‘불교 미술’을 통해 이뤄진 1만 겁의 인연을 특별하게 이어 가고 있는 사제지간이 있다. 그들은 김창균 불교 미술학과 교수와 문명대 명예교수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단과대 별 사은회 동행 취재와 함께 현재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님의 은사(恩師)를 찾아 그들간의 특별한 사제지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창균 불교미술학과 교수의 스승은 불교 미술사 연구의 2세대 학자로, 불교미술 연구의 중심축으로 여겨지는 문명대 명예교수이다. 더불어 문명대 명예교수의 은사는 우리나라 미술사학계의 제 1세대이자 불교미술사학의 최고 원로(元老)인 황수영 명예교수이다. 그들은 3대에 걸쳐 ‘불교미술’이라는 학문을 통해 인연을 다져왔기 때문에 서로의 스승, 제자로서의 모습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3대에 걸친 사제의 정

문명대 교수는 입시 면접 당시 누구보다 당찼던 제자의 첫 인상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그는 “김창균 교수는 재학 당시에도 사찰 현장 답사에서 남들이 쉬는 시간에도 우직하게 그림을 그리는 열정(熱情)이 가득했던 제자였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문명대 교수는 황수영 교수와 석굴암 불상조각 연구 관련하여 박사 학위논문 지도 교수와 제자로 만났다. 석굴암 복원을 지휘할 정도로 불교미술 자타 공인이었던 황수영 교수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는 문명대 교수. 그는 스승의 날마다 찾아오는 제자들을 볼 때 마다 황수영 교수와의 추억도 떠오른다고 한다. 그는 병상에 누워계시는 스승님의 쾌차를 바란다는 말로 제자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항상 함께 하는 사제 지간

매년 5월 15일이면 은사 문명대 교수가 퇴임 직후 자리 잡은 ‘한국 미술사 연구소’를 방문하는 김창균 교수의 두 손에 올해에도 카네이션이 들려있었다. 이들이 모인 자리에는 35년 간 이어져온 사제 간의 추억 이야기로 가득하다. “재학시절 교수님이 계시던 연구소와 박물관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 동기들이 유난히 질투(嫉妬)를 많이 했다”며 그 당시를 회상 했다. 항상 불교 미술에 몰두하던 제자 김창균 교수에게 유난히 애정이 깊었던 문명대 교수는 김창균 교수를 자신이 머물러 있던 연구소와 박물관에자주 초대했기 때문이다. 그 만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던 그들은 문명대 교수가 퇴임한 후에도 지속됐다. 불상(佛像)의 발생지로 꼽히는 파키스탄에서의 초기 간다라 불상 발굴(發掘) 프로젝트, 최초의 러시아 연해주의 발해 유적 발굴 등 불교 유적 답사 현장이라면 언제나 함께 한다는 그들. 그 때마다 환상의 팀워크를 발휘한 그들의 추억 이야기로 대화는 무르익어갔다.
문명대, 김창균 교수는 “스승님의 아낌없는 애정덕분에 불교 미술학에 더 매료될 수 있도록 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스승의 애정이 이뤄낸 성과
 

문명대 교수의 세계적인 선사시대 바위그림 유적 ‘반구대 암각화’의 최초 발견도 스승의 지원 덕분에 이뤄질 수있었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황수영 교수님은 그 당시 박물관 전임 연구원으로 있던 나에게 새로운 불적(佛蹟) 조사를 기획해보라 권유했다”며 “반구대 암각화와 관련해 연구에 필요한 연구비 지원 및 지도를 해주셨기에 이뤄낼 수 있었던 성과다”라고 밝혔다.
불교 미술학의 원로 황수영 교수조차도 실패한 석굴암 조각 전체 실측(實測)을 문명대 교수와 그의 제자들이 77년에 최초로 성공했다고 한다. 
역사적인 순간을 그당시 학부생이었던 김창균 교수도 함께했다. 김 교수는 “항상 중요한 발굴 유적 프로젝트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제자들에게 기회를 준 문명대 교수님께 감사하다”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남몰래 건네주던 스승님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들은 불교미술의 진흥(振興)을 위해 인연을 이어갈 것임을 약속했다. 


동악에 꽃핀  사제의 정

지난 14일 동악도 역시 스승의 가르침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며 학생, 교수 모두가 함께하는 분위기였다. 카네이션 전달식과 사제가 함께하는 점심식사 자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는 사제 지간 평소에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었던 자리였다. 
경영학과 교수와 그의 제자들은  “옥상정원에서의 바베큐 파티 덕분에  평소에 못 다한 이야기도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산 정약용은 ‘학교가 학교다우려면 참 스승이 있어야 한다. 참 스승을 귀히 여기지 않는 학교는 빈 건물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동악은 1만 겁의 인연인 사제(師弟)가 감사와 사랑을 나누는 기쁜 스승의 날을 보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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