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夏)나라 때 제후인 유호는 군대를 이끌고 하나라를 침략했다. 하왕 우는 아들 백계를 내세워 유호를 물리치도록 했다. 하지만 백계는 참패했다. 백계의 부하들이 그에게 다시 한 번 싸우자고 요청했을 때 백계는 “다시 싸울 필요 없다. 나는 내 자신으로부터 원인을 찾아내 더욱 노력하고 자신부터 바로잡는 일에 열중해야 옳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백계는 이후 국정에 최선을 다해 백성들의 존경을 받았다. 이후 사람들은 일이 잘못되었을 때 먼저 자기 자신에게서 결점을 찾고자 노력하고 이를 고치는 사람을 가리켜 ‘반구저기(反求諸己)’하는 사람이라 불렀다. ▲조선일보가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이란 주제로 촛불집회에 대한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기사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거나 촛불시위에 참가했던 학생, 교수, 시민 등을 인터뷰해 당시 그들의 입장과 현재 생각 등을 보도했다. 문제는 보도의 내용이었다.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이 당시의 시위참여를 후회 내지는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보도의 요지였다. 그리고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 대통령까지 나서 촛불을 들었던 이들의 반성을 촉구하고 나서 파문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조선일보는 촛불집회가 일어나기 몇 해 전 광우병 파동이 있었을 때 노무현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질타하며 국민건강권은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미국의 쇠고기 수입협상을 재개하자 이번에는 정반대로 광우병 의혹은 부풀려진 것이라며 정반대의 입장으로 돌변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같은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해 인터뷰에 응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뒷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인터뷰 내용의 전후 맥락을 거두절미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재가공했다는 것이다. 가령 김성훈 전 장관 관련 기사에서는 ‘20개월 초식햄버거’를 먹었다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그가 광우병 위험을 강조하면서 바로 그 쇠고기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고 다녔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전형적인 제목 왜곡을 했다. 촛불소녀 정은진, 유선경 양 역시 인터뷰의 앞뒤 문맥이 다 짤린 채 제멋대로 보도됐다며 황당해 했다. 조선일보의 사시(社是)는 ‘정의옹호(正義擁護), 불편부당(不偏不黨)’이다. 시위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에는 숨어있다가 이제와 또 다시 인터뷰 왜곡에 나선 조선일보. 지금 조선일보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뒤돌아 보는 ‘반구저기(反求諸己)’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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