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교지 예산 전액 삭감 … 성대신문은 기사삭제 등 충돌 사례 빈번

▲여러 대학 학보 사진

최근 대학언론은 재정적인 문제, 편집권의 침해, 기자의 수동적인 태도, 독자들의 무관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연재기획을 통해 2회에 걸쳐 대학언론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그 발전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연 재 순 서
1. 어려움에 처한 대학언론의 현주소
2. 대학언론의 위기 해결책은 없는가?

 

‘언론’이란 매체를 통해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이다. 대학 언론은 학내 사안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여론 형성을 위해 방향성을 가진 주장을 해야 한다. 독자에게 찬성이든 반대든 생각해볼만한 쟁점 사안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언론인의 입장에서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정론직필의 의무를 갖는 대학 언론이 현재 그 역할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갖고 있는 대학 언론이 재정적 문제, 편집권 침해, 학생 기자들의 수동적인 태도, 독자들의 무관심 등의 문제로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 억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2일 진행된 ‘중앙문화’ 언론장례식 퍼포먼스

 

재정압박 받는 대학언론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는 학교 비판성 기사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지난 1월 예산을 전액 삭감 당했을 뿐만 아니라 교비지원 명목으로 지원되던 예산이 교지대금 자율납부로 변경됐다. ‘중앙문화’ 사태의 발단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작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월 배포된 ‘중앙문화’ 58호에 언론매체부장이 검토하지 못한 기사와 총장을 풍자한 만화가 게재되었다는 이유로 언론매체부가 3시간 만에 교지를 전량 회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본부의 예산 삭감 및 교지 지원 명목이 자율납부로 결정됨에 따라 ‘중앙문화’와 ‘녹지’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리고 언론 장례식을 하는 등의 시위를 벌였다. ‘중앙문화’ 측은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학교 측의 강압적인 태도는 편집위원들의 비판적인 사고를 제한하고, 학교정책에 대한 특정시각만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학내언론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이다”라고 말했다. ‘중앙문화’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학교 당국이 대학 언론에 과도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는 대부분의 대학 언론이 대학 본부로부터 재정을 지원받아 운영되기 때문이다.
 우리대학 교지 ‘동국교지’는 지금 현재 광고 수익과 편집위원들이 모은 자비로 운영 되고 있다. ‘동국교지’는 대학당국의 편집권 침해, 예산 압박 등에서 벗어나고자 지난 88년 학교당국과 총학생회와의 합의 하에 별도로 교지대를 걷어 독립된 학생자치언론기구로서 활동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학교 당국으로부터 “교지대를 냈지만 교지를 받지 못한 학생들이 불만을 표출한다”며 “이와 관련된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등록금 고지서에서 교지대를 제외시키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양새롬 동국교지편집장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든 학생에게 교지를 우편 발송할 대안을 고안했었다”며 “우편 발송 시 발생하는 발송비의 지원을 요구했지만 학교 당국으로부터 자체적으로 마련하라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우편 발송비를 마련하지 못한 ‘동국교지’는 교지대조차 지원받지 못하는 상태로 교지 제작에 필요한 모든 재정을 광고 수익금과 편집위원들의 자비로 충당하고 있다. 때문에 발행부수도 6천부에서 2천부로 줄어들었고 페이지 및 교지의 판형까지 줄이게 됐다. 양새롬 동국교지편집장은 “더 많은 내용을 담은 교지를 더 많은 학우들에게 전달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학교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했지만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동국교지’의 현실이다.

▲백지신문으로 발행된 880호 명지대학보

 

학교당국의 편집권 침해사례

현재 많은 대학은 학교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기사를 삭제토록 하고 대학 내의 홍보성 기사를 게재하게 하는 등 대학 언론의 편집권에 부당한 개입을 하고 있다.
성균관대 학보사 ‘성대신문’의 경우 학교 측이 작년 ‘전 MBC 사장을 지낸 민주당 최문순 국회의원 인터뷰기사’를 문제 삼아 내용 축소와 면 이동사태가 벌어졌다. 또한 겉으로 드러난 예산 내역보다 실질적 학생에 대한 혜택이 적다는 예산 사용 내역과 관련된 비판적 기사를 학교 측이 문제 삼아 기사의 중요를 줄이고 내용을 수정해야만 했다. 윤다빈 성대신문 편집장은 “성대신문의 경우 발행 최종 허가권은 총장이 갖고 있다. 총장의 배포승인을 받지 못해 신문의 내용이 수정되는 일이 매학기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학보사 ‘가대학보’의 경우 최근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작성했으나 정부와 함께 사업 추진하는 학교 당국의 압력에 의해 기사가 삭제되는 일이 있었다. 이계은 가대학보 편집장은 “우리대학이 정부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사업 추진에 조금이라도 해가 될 염려가 있는 기사에 대한 제재를 가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당시 기사 삭제에 관해 말했다.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의 경우 2007년 기획취재 면에서 학교재단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주간 교수진의 압력에 의해 기획취재 면이 사라지고 전면광고로 대체됐다.
명지대 학보 ‘명지신문’은 2008년 비정규직 학교직원의 부당 해고와 관련된 기사를 기획했으나 학교 측의 기사 승인을 받지 못해 결국 그 면 자체가 백지로 발행되는 일명 ‘백지신문’이 발간됐다.

학생기자들의 수동적인 태도

일부 대학언론들은 본부로부터 재정을 지원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학교 측의 크고 작은 간섭이나 강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것은 언론이 언론으로서 역할을 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당사자인 학생기자들이 이러한 강압에 대응하는 자세가 수동적이라는 점이다. 과거 학교 비판성 기사를 실었다가 발행이 정지된 적이 있었던 서울의 한 A대학은 “지금 현재는 비판성 기사를 쓸 수가 없다. 학교에서 지정해준 방향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위치한 B대학 학보 편집장 역시 “수습 때는 불합리한 제도를 벗겨내고 언론의 자유를 지켜야한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막상 편집권 침해나 학교의 강압을 겪다보니 ‘억울하면 올라가라’라는 어른들의 말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상황을 위기라고 인식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필요함에도 대다수의 학생기자가 이를 불가피하다고 생각해 그대로 수용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학생기자들의 수동적인 태도는 대학 언론의 위기를 초래하는 다른 요인보다 가장 심각하게 작용한다.

대학언론의 자체노력도 필요

대학언론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론직필의 역할 및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학 언론을 통해 정보를 제공받고 여론을 형성해야 하는 독자들은 정작 대학 언론에 대해 무관심하다. 김규범 한양대학보 편집국장은 “최근 몇 년간 50% 내외의 구독률로 독자의 관심이 적다보니 여론형성이라는 언론의 역할에 한계를 느낄 때도 있다. 그에 따라 학교나 총학생회에 비판의 목소리를 낼 때도 목소리가 작아지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대학 언론을 접하는 독자들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김성용(남서울대 전자공학) 군 역시 “학보를 굳이 보지 않더라도 정보를 알아내거나 하는 등의 불편함을 겪지 못한다”고 말하며 대학언론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냈다. 아무리 유익한 정보나 주장이라 할지라도 독자들이 관심 갖지 않는다면 이는 죽은 정보 혹은 주장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독자들의 무관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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