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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산책] 아마티아 센, 살아있는 인도인도로 가자, 그리고 자세히 보자

   
▲아마티아 센, 살아있는 인도
  지은이 : 아마티아 센  
청림출판, 15,000원/347쪽
지난 2월 나는 인도 동북부의 한 시골 마을인 산티니케탄(Santiniketan)에 머무르고 있었다. 하루면 다 둘러볼 수 있는 이 작은 농촌(農村)에서 별일 없이 열이틀이나 돌아다녔다. 거기 비쉬바 바라티 대학(Vishva Bharati University)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산티니케탄이라는 시골 마을은 그 전체가 대학촌이라 해도 좋다. 허허벌판의 황무지(荒蕪地)에 대학을 짓기 시작한 사람이 바로 라빈드라나드 타고르(Rabindranath Tagore, 1861-1941)였다.

수업 중 학생들에게 “타고르를 아느냐?” 물어봤다. 이름도 들어본 일이 없다는 학생이 대부분이어서 충격(衝擊)이었다. 물론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타고르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 겨우 시집 ‘기탄잘리(Gitanjali)’정도나 번역본으로 읽었을 뿐이 아니던가.

아마도 타고르는 그저 동양인 최초(最初)로 노벨상(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일 뿐이라는 선입견(先入見) 탓이 아니었던가 싶다. 고대철학을 전공한 나이지만, 간간히 근현대 사상가들을 살펴보곤 했다. 그러나, 그럴 경우에도 타고르는 예외(例外)였으니 말이다.

이러한 나의 좁은 시각(視覺)을 넓혀준 책이 바로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 1933 ~    )박사의 책인 ‘아마티아 센, 살아있는 인도’였다. 센 박사는 후생경제학(厚生經濟學) 분야에 남긴 공적을 평가받아서,  1998년 동양인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분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가 논의하는 인도의 과거와 현재는 넓고도 깊다. 경제적인 영역만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 문화의 영역에서도 많은 진단(診斷)과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그러한 문제들과 얽혀서 돌아가고 있는 철학과 종교도 잊지 않는다.

2008년 여름 한 후배의 추천으로 읽게 된 이 책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던 부분이 바로 타고르에 대한 글(109-138쪽)이었다. 사상가 타고르, 교육자 타고르를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아마르티아 센은 타고르의 교육철학에 따라서 12년을 공부하였다.(이 기간에 배우는 대학 부설학교를 ‘파타 바반’이라 한다) 그 중 10년은 ‘나무 밑 교실’에서였다. 그리고 대학부터 이 마을을 떠났다. 하지만 아직도 산티니케탄에는 센 박사의 집이 있고, 1년에 한번 정도는 고향을 찾는다. 이 작은 마을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2명이나 나왔으니 놀라운 일이다.

책을 읽으면서 “산티니케탄에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 하나 뿐인 자그마한 서점에 영어 원본(The Arguementative Indian)이 있었다. 물론 번역자나 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하지만, “제발 원서를 있는 그대로 다 번역해다오!”라고 말하고 싶다. 한 장(章)을 빠뜨린다거나 소제목을 함부로 바꾸지 말았으면 좋겠다. 일어 역본에서는 ‘토론을 좋아하는 인도인’으로, 제목을 그대로 살려주고 있었다. 인도와 자유무역협정(CEPA)을 맺었다고, 당장 ‘서부’로 뛰어가는 사람들처럼 들뜨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좀 더 진지하고, 좀 더 차분하게,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길이 보인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우선 번역본으로라도 센박사의 ‘자비의 철학’에 만나보기를 바란다. 사실 하버드 대학의 철학과에서도 가르친 적이 있는, 세계 일급의 사회철학자(社會哲學者)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서 나는 써야 할 논문(論文)의 주제 하나를 얻었다. 아마도 그와 함께 시간을 더 보내야 할 것 같다.
 

김호성  인도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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