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데이빗 할버스탬, 국내언론의 천암함 사태 보도를 보면서 그의 이름이 떠올랐다. 할버스탬은 월남전 기간에 뉴욕타임스의 사이공 특파원이었다. 당시 베트남에선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죽어나가는 미군 병사의 숫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었다. 그런데 특파원이었던 할버스탬이 생뚱맞게도 베트콩의 전투수행 능력을 찬양하고 나섰다. 그는 1965년도에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기존의 생각은 전적으로 잘못됐다. 그들은 정말로 잘 싸우고 있다. 세계 최강인 미군을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전투를 수행하고 있다. 한 번 했던 실수는 두 번 다시 저지르지 않는다”

할버스탬이 쓴 기사를 읽고는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존슨 미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소리쳤다고 한다. “내 군사가 전장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미국 특파원이 어떻게 적군을 찬양하는가. 그는 매국노(traitor)임에 틀림없다. 뉴욕타임스는 할버스탬을 당장 소환함이 마땅하다”

물론 뉴욕타임스는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의 언론들은 오히려 자국의 대통령으로부터 매국노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월남전의 진실을 파헤친 할버스탬을 세계 언론사에 기록될 자랑스러운 언론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 언론은 이번 천안함 침몰사태에 대한 진상을 제대로 밝혀내고 있는 것일까. 국내 일간지와 지상파가 지금까지 보도한 내용을 살펴보면 “확실한 물증은 없지만 북한의 소행임에 틀림없다”는식의 다소 이중적인 결론을 끌어내는 듯이 보인다. 보다 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국내 언론이 46명의 희생자에 대해 영웅화, 신화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가 산화한 이들 젊은이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지 않을 대한민국 국민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국내언론 보도에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인 부분도 있다. 이들 젊은이에 대한 성급한 영웅화 작업은 오히려 독자나 시청자들로 하여금 천안함 사태의 진실을 은폐하게 만들며,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꿰뚫어 보지 못하게 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낼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언론보도는 첫째도 정확이며 둘째도 정확이고 셋째도 정확해야 한다. 어머니가 그 자녀를 사랑한다고 해도 어머니가 그 당연한 말을 왜 했는가를 다시 확인해야 하는게 언론인의 사명이자 숙명이다. 천안함 사건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전후관계를 따져보아야 한다.

순식간에 두동강이 난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이에 대한 다른 가능한 모든 설명을 제거한 후 선회적인(spurious) 관계가 아님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마땅하다. 천안함이 침몰한 지 한달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그 진상을 밝혀줄 어떠한 확실한 물증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을까 염려된다. 그렇다고 언론이 환상적인 상관관계(illusionary correlation)를 오도해 과거처럼 국민 가슴에 성급히 불을 지르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되겠다.

국내외 언론의 영결식 보도처럼, 천안함 46용사가 전사자에 준하는 예우를 받으며 대한민국의 가슴에 잠들었다. 한 순간의 국가이익에 연연하지 않았던 할버스탬처럼, 이제는 천안함 사태의 진상을 밝혀줄 물증의 확보와 함께 우리 쪽 초기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꼼꼼히 따져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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