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舍北事態(사북사태)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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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리나라 최대 탄좌인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소속 4천여명의 광부들이 임금인상과 노조지부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벌인 단체행동은 사북시가지를 완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고 사상자까지 발생시키는 폭동으로 발전되었다고 한다.
  건국 이래 최대의 노동자 소요인 이번 사북사태를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하며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제2, 제3의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떠한 인식과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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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태의 직접적인 발생원인은 노사간 임금협의 과정에서 광부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금인상과 불법 선출된 노조지부장의 사퇴를 요구하던 중 감정과 행동이 앞선 관계로 이와 같은 불행한 사태를 몰고 왔다고 하겠다.
  그러나 광부들의 입장이 아무리 옳고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할지라도 무질서와 폭력을 동반한 이번 사태는 민주사회에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사태를 광부들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가.
  이 시대를 함께하는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더 큰 것이다.
  이는 그동안 이 나라 이 사회가 병들어 곯아있던 차에 강원도 골짜기에서 먼저 터진 것에 불과하다. 그동안 기업가와 근로자의 관계가 대등한 관계가 아닌 종적인 관계만 강요되고 고도성장이라는 경제정책의 명분아래 노동 3권은 유보되어왔다. 자율적이어야 할 노사관계가 타율만이 강요되다 보니 노동문제는 속으로 곯고 빈부격차는 심화되어 결과적으로는 대화와 순리가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어쩔 수없이 터질 수밖에 없었던 사태라고 인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이 마당에서 우리는 충격에서 벗어나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네 가지 각도에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국민들의 민주적 생활체험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너와 나는 따로따로’라는 흑백논리가 아닌 ‘네가 있어야 내가 있고, 내가 있어야 네가 있다’는 공존의 논리, 즉 근로자가 있어야 기업이 존재한다는 민주적인 논리가 가득 찬 자유스러운 사회가 되어야 하겠는데 이는 피지배층 보다는 현재 지배층에 있는 자들의 각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둘째, 정부는 지난날의 고도성장위주의 정책에서 탈피하여 근로자 복지를 위해 과감히 투자를 해야 할 때라고 본다. 또한 광산기업인들도 지난날의 권력과의 유착에서 생긴 비정상적인 노사관계를 더 이상 고수하려는 구태의연한 자세를 버리고 오늘의 역사적 흐름 앞에서 노사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노동자들의 불만을 최대한 흡수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와 과감한 양보만이 제2, 제3의 사북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해와 양보는 못가진자보다는 가진 자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셋째, 근로자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성급한 직접적 행동은 절대삼가하고 대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환기 때는 해결책을 다소 완만한 순리보다는 과격한 행동에 의존할 가능성이 많을 때이다. 우리 근로자들은 지금까지 온갖 억압과 역경 속에서도 대부분 이성을 견지하고 잠도 참아왔기 때문에 지금에 이르러 근로자들의 권익을 주장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노사문제의 해결과정에 있어서 문제의 급격한 변화나 단시일 내 해결을 기도할 것이 아니라 앞에서 말한 공존의 논리를 한시라도 망각하지 말고 끈기와 인내로서 임해야 하겠다.
  오늘의 시국은 과도기이므로 무엇보다도 사회 안정이 절대로 필요한 시기이다. 대화를 통한 해결책이 아닌 사회 안정을 해치는 성급한 직접적 행동은 지양되어야 한다.
  넷째, 우리 모두는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지켜야만 한다.
  시대적 전환기에 처한 우리의 현실은 노사관계도 역시 전환기에 처해 있다. 전환기에서는 흔히 문제해결책을 이성에 의존하기보다는 감정에 의존하여 과격한 행동이 앞설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그 단적인 예로 이번 사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수록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지켜야만 한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광부들은 자신들의 질서파괴 행동에 대해서 형사처벌을 면해 달라고 요구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이 위법행위에 대해서 소정의 법절차에 따라 엄하게 다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차제에 더 큰 사태를 물고 올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성경을 읽기 위해 양초를 훔친 행위는 용서 받을 수 없는 것이다. 국가존립의 기본인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할 때만 그 생명은 유지되는 것이다.
  민주제도가 도입된 지 어언 30여년, 진즉 실현되었어야 할 민주질서가 지금까지 유보되어 오늘에 이르러 그 진통이 극에 달하는 것을 볼 때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시대를 함께하는 젊은이로서 뼈저리게 책임을 통감하면서 이럴수록 우리는 유구한 앞날의 역사를 생각하면서 이 전환기의 아픔을 우리 모두가 함께 흡수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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