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한마디로 권모술수다. 우린 너무나 믿음을 증오憎惡(증오)해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예외란 것이 어디든지 존재하긴 하지만...

  <1>

  내 머릿속에서 항시 不信(불신)과 排斥(배척)의 사상이 구석을 차지하고 어떤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가까운 벗이 깨닫게 된다면 자신을 돌아봄 없이 분명 분통을 터뜨릴 것이고 막연하나마 일종의 배신감까지 느끼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한계이고 보면 얼마나 딱한 처지인가를 새삼 뇌일 필요성마저 갖게 된다. 허나 지금까지 나의 독백이 어떤 누구에게 행해지고 있는가를 절실히 느껴야 될 무지한 뱃속의 저 소유자는 지나침이 무엇인가를 自覺(자각)할 조짐조차 보이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어제 헤어진 그녀가 바보처럼 추종했던 사람에게 빼앗겼던 자기의 순결을 생각하듯이 난 옥좌에 앉아 얼굴빛 하나 붉힘 없이 기세등등한 이 사람을-그 엄청난 영향력의 우산아래-탄복해 하지 않을 수없는 하염없는 슬픔을 거머쥔다.
  내가 내 벗을 속였다는 것이 아님을 나는 알지만 버젓이-우리들의 보편적 哲學(철학) 한번 가짐 없이-서서 기만과 부정과 反(반)민주행위를 거뜬히 해치우는 것이다. 꽤나 바쁘게 하루를 보내던 날 나는 피곤한 몸을 끌고 탐스러운 꽃을 꺾기 위해 밤 10시가 된 채 종암동으로 달려갔다.
  난 그녀를 만났고 막다른 어느 골목에서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 둘이는 같은 목적을 지니고 방을 찾았고 또다시 성급하게 나는 쫓기는 도적마냥 뛰어가고 있었다. 6개월 후 社會(사회)정의와 양심에 대한 전갈이 왔다.
  나는 그를 천하의 무식쟁이로 단정 지어버렸다.
  스스로 많은 의문을 제기해 보았다. 내가 자신 있게 믿음에 대한 적극적인 믿음을 항시 가질 수 있으리라 단언을 하지는 않는다.
  몹시 다정스러웠고 모든 것은 나를 위해 사용했던 그 어느 벗도, 순정을 바쳤던 그녀에게도 터무니없는 배신을 행했으니까, 허나 확실한 것이 있다. 도덕적 타락이라든지 양심을 기만했다고는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또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면 내가 있고 그녀가 있는 社會(사회)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에게 눈을 부릅뜨고 주둥이를 쭉 뺀 채- 내가 어떤 것을 더 확실히 했는 줄 아셔야 됩니다! 물론 당신이 나 정도 지배할 수 있으리라 생각은 합니다. 또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이 없다는 것도 시인할 줄 알아야 될 겁니다.
  -자네가 믿고 있는 신뢰라는 것이 어떠한 평가를 가지고 있는가를 내가 알기에는 무리가 있을 걸세, 허나 자네의 행위는 믿음이 없음이 확실하네,
  난 빗나간 주제를 가지고 더 이상 논쟁할 기력을 상실해버렸다. 내가 얼마나 이러한 흐름 속에 모순을 즐겨 사용하는가는 미친놈까지 정상을 만들 정도니까, 나는 그 사람에 대한 불만이 어떤 점에서였는지 분명히 지적할 수 있으리라 여기고 있다. 구체적으로 ‘당신 어제 어디서 무슨 나쁜 짓을 행했으니...’ 따위의 정보는 갖지 못하고 있다. 그건 그렇다 하더래도 의당 이러한 정도는 알아야 할 것이며 최소한 아무리 타당하지 못하다고 느끼더라도 하나는 인정해줄 수 있는 겸손이 있어야 할 것이라 충언하고 싶다.

  <2>

  -당신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려고 이 자리에 있게끔 되었는지 우리는 압니다. 하기야 편안히 살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편안하게 살기 위함이라는 데에 근본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누가 편안하기 위해서죠? 당신입니까? 우리는 당신을 신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조급한 시일 내에 주제를 파악하셔야 되겠습니다.
  으하하.
  내면을 바라볼 수 없는 자네가 안타깝기만 하구만, 나의 노력을 그리 쉽게 단언할 수 있겠던가?
  -당신이 가지고 있는 사회형식과 사고방식은 이미 낡아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바꿀 생각은커녕 그것이 더 옳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꼭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당신과 논쟁하는 나와의 결론이 모든 民意(민의)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네가 인정하는 철학이 결코 진리라 확언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걸세.
  -현실을 외면한 근원이 얼마나 연약한지 모르시는군요. 당신은 내가, 우리가 무엇을 요구하는 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압과 남용자체로서 의사의 이행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 무시했다면 죄송합니다.
  -의미 깊은 협박이로군, 허나 이걸 알아야 할 걸세, 자네가 어느 만큼 실질적인 행정을 모르고 있는가를.
  -내가 알아야 될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안락을 위해 우리 人民(인민)의 괴로움은 그 중요성을 멸한다면 당신의 변명적인 이론은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전혀 의식할 내용이 아니라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이러한 의미에서는 충분한 논리가 못된다는 점입니다.
  -자네와 나와의 대화가 어떤 설득력 효과를 갖는다면 오해일걸세.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돼야겠습니다. 우리 둘이 무엇을 불만스럽게 여기는가, 이들의 이유는 적당한가. 그렇다면 상호 방법의 차이는 어떻게 극복되어야 할 것인가. 해결책은 무엇인가. 이 모든 결과 정당하다는 결론이 나왔을 때 당신의 처신이 얼마나 윤리적이었는가 생각해 보십시오.
  -사회질서를 보존하고 한국적 주변상황을 지성인들인 우리가 감안한다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를 혼란하게 하는 행위는 마땅히 배제되어야 하는 것이네.
  - 당신이 어느 만큼 부정확한 논리를 세우고 있는가를 설명하겠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 당신들이 우선 반성하여야 될 것입니다. 수많은 노동자·농민·학생을 개인이라 칭할 수 있는 당신들이 또한 위대하게 보일뿐입니다. 社會(사회)와 文化(문화)를 위하는 마음의 소중함은 누구보다 더할 것입니다.
  -우리사회에 불순한 동기가 얼마나 산재해 있는지 안다면 자제가 필요하네,
  -적정선의 자제력은 理性(이성)있는 동물로서 갖추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대상황을 이용하려하고 막을 수 없는 단계에서는 무력을 사용하려는 非民主的(비민주적)·非論理的(비논리적)·非(비)양심적 要素(요소)를 아직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당신을 不信(불신)하게 된 동기가 너무나 간단하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정의에 익숙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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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나에게 바라는 것은 자신을 감화시킬 수 있는 의식의 산경험이 있다. 난 처음 만난 그녀에게서 몹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에게 일장훈시가 있었고, 참여해 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그녀의 유난히 작은 눈과 샐쭉한 입술은 나에게 신뢰에 대한 생각을 하게끔 했다. 며칠 후 그녀와 나는 1년간 헤어지게 되었다. 하루 속히 떳떳한 그가 되기를 바랐다. 그 사람은 또다시 人民(인민)을 속이고 있었다. 비밀을 좋아하는 사람, 틀림없이 저지르면 될 것이라는 확신아래 케케묵은 수법을 쓰려하고 있었다. 知性(지성)의 向上(향상)! 이 늦춰지고 미루어진 채 시행돼 버릴 것 같았다.

  <3>

  너무나도 시대가 바뀌었다. 그가 무시하는 사회에서 그는 나와 꼭 같은 반성만 했다는 것이다. 절대 공통된 사고를 탈피하지 못했다. 그녀를 유린했고 그리고는 한 올만큼도 가책을 받았던 느낌이 없었던 나였다. 이제 그녀는 모든 남성들의 소유가 되어버릴 것이다.
  거칠어진 몸을 가지고 원망어린 눈망울로 내 가슴을 찍어댈 것이다. 며칠 전 그녀를 보았다고 했다. 그때 그녀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머리와 얼굴과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나로 인해 그렇게 되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 사람은 지금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았다. 믿지 못하게 하는 그 삶의 행동이 또다시 배척과 불신의 기운을 고추 세운다. 나에게 있어서 다시 없이 중요했던 샐쭉했던 입술은 배신을 떡먹듯이 해댈 줄 아는 여자였다. 권모술수도 가르쳐주었다. 군중앞에서 소리소리 외치며 선동질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옥좌에 앉아 속임수를 쓰고 있음을 알고 있다면 나에게 또다시 일장훈시를 거행할 것이다. 여보시오! 빨리 나가시오! 우리에게 얼마나 믿음을 증오하게 했는지 당신은 아는가 말이오! 나를 분격하게 만들었던 그 사람은 무식한 사람이었다. 어딘가에 믿음을 후회하며 누워있을 그녀의 몸뚱어리가 나를 덮쳐온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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