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군)에 간 친구가 내개 ‘꿈돌이’라는 別名(별명)을 붙여 주었다.
  이유인즉, 잠이 많기도 하고 항상 꿈속에 살아서란다. 꿈속(理想(이상))에 살아서 잠이 많은 건지, 꿈(夢(몽))을 많이 꾸어서 理想(이상)에 사는 건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잠이 많은 내게 더 없이 즐거운 날은 일요일이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지 일요일 아침잠을 방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종소리가 아닌 敎會(교회) 차임벨 소리였다. 그러면 이불속에서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神(신)의 은총(?)에 서운한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내가 처음 敎會(교회)를 나가게 된 것은 어느 날인가 미신의 요소가 다분히 들었다 경멸 해 오던 新約聖書(신약성서)를 읽으며 고루한 律法(율법)에 사로잡히지 않고, 생생하게 움직이는 정의와 사랑의 젊음을 마음 깊숙이 發見(발견)했던 예수를 실로 내 친구요, 내 영혼의 스승으로 느꼈다. 그후 난 교회에 열심히 다녔다. 그리고 예수는 인류의 罪(죄)를 대속하기 위해 죽었다고 하지마는 예수를 속죄의 어린 양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너무 피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그후 實存主義(실존주의)와 虛無主義(허무주의)의 책을 탐독하게 되었다. 특히 사르트르의‘實存主義(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라는 책에서 참 選擇(선택)의 意味(의미)로 고민을 했다. 그후 교회의 부조리를 비판하기 시작했고 아무리 교회의 神性(신성)이 淸新(청신)한 물과 같다 해도 서울 한복판을 흐르는 漢江(한강)물처럼, 아무리 도도하게 흘러도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더러워질대로 더러워진 것처럼,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신선한 물도 더 이상 마실 마음이 내겐 없었다.
  그때 내 마음속에선 예수가 저 컴컴한 대가람속에서 은은한 향내와 올리브유 불을 바라보며, 성가대의 찬송을 들으며 수염을 쓰다듬고 만족하면서 앉아있는 모습을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고, 복잡한 의식과 찬란한 꾸밈은 모두가 다 예수를 울궈먹는 승려와 권세가의 요긴한 이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또한 치열한 神學(신학) 싸움을 우리나라 四色(사색) 당파싸움과 다름이 없다고 떠들어 대며, 난 높은 山(산)과 흐르는 시냇가, 아니면 아늑한 바닷가에서 神(신)이 創造(창조)한 일그러지지 않은 자연과 접하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느끼리라며 여행을 했으나, 예수는 내 마음속에서 미신과 복잡한 신학 싸움과 수많은 교과 싸움을 남겨놓고 예배당 속에서 질식하고 말았다. 그후, 어머님의 불공 덕분(?)으로 대학에 진학하여 佛敎(불교)의 심원한 理論(이론)에 이끌려 이산 저산의 불교 사원을 찾아 다녔다.
  하지만, 그 화려하고 찬란하고 복잡하게 꾸민 사원속에서 석가가 견디어 내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王宮(왕궁)을 탈출하여 乞人(걸인)의 옷을 입고 산으로 간 석가가 다시 왕궁 같은 사원으로 들어가 호화스런 옷과 호사스런 생활을 할 리가 없었다. 모든 사찰은 그대로 답답했고 그 왕궁으로 돌아온 석가는 이미 석가가 아닐 것 같았다.
  예지와 용기로 통쾌한 出家(출가)를 한 석가가 불전안에 졸고 앉아서 공양을 받고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그 수많은 안치물은 어떤 교묘한 설명을 붙여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우상이 틀림없다고 지껄이며 석가는 이미 우리나라에서 王(왕)과 귀족들의 후원으로 세워진 사찰속에서 질식했다고 생각했다.
  난 그때 감히 무릇 무슨 종교이든 그 종교에 人間的(인간적)인 세력이 커지기만 하면 그 종교는 반드시 썩어 버리고 어느 종교이든 그 生命(생명)이 가장 淸新(청신)한 때는 교조들의 시대요, 종교의 생명력이 가장 왕성한 때는 진리의 적(敵)과 싸우는 殉敎者(순교자)의 시대요, 고귀한 생명은 언제나 고난속에서 꽃피는 것이며 人間的(인간적)인 허세를 자랑하는 종교는 사실상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었다.
  깊은 寺院(사원)과 寺刹(사찰)안에 석가와 보살과 예수와 베드로를 질식시키지 말아야 한다. 꿈같은 옛일이지만 역시 사람은 意識(의식)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간에 종교적 동물일지 모른다.
  문득, 오늘밤 꿈엔 예수와 석가가 나란히 천당에 앉아 내게 불호령을 칠 것 같다.
  ‘이놈! 네가 無神論者(무신론자)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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