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하늘에 펼쳐지는 하얀 구름들이 우리들의 이야기인양 가을을 물들이고 있다. 무던히도 오랫동안 東岳(동악)의 언덕에 감돌던 침묵의 시간. 그동안 우리들은 먼 하늘 아래에서 동악의 언덕을 그리워했다. 가끔씩 찾아왔던 교문앞에서 마음으로만 동악의 언덕길을 밟으며 되돌아 서야했던 그때의 쓸쓸함이란.... 지리한 장마를 지내온 찌푸린 하늘을 깨뜨리고 한없이 내리쬐는 한줄기 햇살과 함께 활짝 열려진 교문을 들어설 때의 설레이던 마음과,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간 강의실에서 오랜 침묵을 깨뜨리고 철부지 어린애마냥 재잘거리며 나눈 굳은 악수가 동악의 온누리에 펼쳐질 때에 나는 말할 수 없는 벅찬 감흥을 느꼈다.
  열려진 門(문).
  이것은 지난 일들의 용서도, 질책도 아닌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의 의무가 아닌가 생각된다.
  大學(대학)은 우리에게 知性(지성)을 맡겼고 또한 그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성이 요구되는 지금 이 상황에서 나는 지난날들을 반성해본다. 대학문을 처음 밟아본 지난 6개월 동안 고교시절의 入試(입시)라는 커다란 굴레에서 벗어나 들뜬 기분으로 무턱대고 지나쳐 버린 수많은 나날들, 거의 모든 생활들을 향락적으로만 흘려버린 지난 시간들을 뒤돌아보면서 대학생활이 반드시 생각처럼 수월하고 享樂(향락)만을 만끽할 수 있는 그러한 시절이 아님을 느꼈다.
  그렇다고 나는 大學生活(대학생활) 전부를 도서관에서 책으로만 씨름하며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大學人(대학인)은 학문을 연구하는 學生(학생)이므로 學問(학문)의 탐구에 정진해야하겠지만 그것에 앞서서 우선적으로 풍요하고 건전한 대화를 나눔으로써 大學人(대학인)으로서의 기본적인 人格(인격)을 함양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대화이다. 스승과의 대화, 선후배간의 대화, 친구간의 대화, 이것은 우리가 大學時節(대학시절)에 가질 수 있는 가장 귀중한 보배가 아닌가.
  책 몇 권을 옆구리에 끼고 이 강의실 저 강의실을 옮겨 다니며 그저 강의만을 듣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가 버리는 무미건조한 나날들. 이러한 大學生活(대학생활)은 大學生活(대학생활)이되 생동하고, 뜻있는 大學生活(대학생활)이 될 수는 없는 것이며 大學(대학)은 이러한 大學生(대학생)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다. 大學(대학)은 知性(지성)의 대화가 필요한 곳이며 바로 그것이 大學(대학)을 살리는 가장 貴重(귀중)한 要素(요소)인 것 같다. 사실 우리의 人生(인생)을 통해서 大學(대학)시절만큼이나 중요한 대화를 제공하는 시절은 없을 것이다. 大學(대학)의 門(문)을 들어서는 그 시간부터 우리 앞에는 새로운 세계가 전개된다.
  그것은 대학시절에 중요하고 아름다운 지성의 대화가 있기 때문이다. 젊음과 이상이 떠들썩대고 또 사물의 경위와 이론을 따지며 깊은 밤이 들도록 대화를 나눌 수있는 곳도 바로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진실로 풍요하고 값진 것이며 또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이제 개강과 함께 새로이 시작되는 대학생활들이 편향적인 낭만을 찾기에 앞서 강의실에서의 진지한 학문연구와 잔디밭에 동그랗게 모여앉아 높고 푸르른 가을하늘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건전한 이야기를 나누는 밤은 이성의 東岳(동악)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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