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정열

  대학가의 햇병아리들에게 체전은 그 글자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가득히 설레임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체전이란 낭만과 정열의 모임으로만 꿈꾸어졌으며 우리들에게 있어서 낭만은 우리들의 옷보다도 화려하고 정열은 우리들의 생명만큼이나 소중하다. 그래서 지난 5월 백상연이 연기됐을 때 누구보다도 우리 일학년들은 가슴이 저렸고 2학기 들어 체전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들은 상당한 기대를 갖게 했고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낳은 것 같다. 파트너를 구하기 위한 미팅이 여기저기서 열렸고 체전 우승을 향한 공놀이를 학교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진하게 사는 우리 동국인의 향연 백상체전에서 느낀 감상은 우선 기쁨이었다. 동국인의 뜨거운 열기가 그곳에 있었고 냉정한 여인의 눈초리만큼이나 차가운 11월의 냉기가 무색했었다. 13일 성화에 불이 붙고 풍선이 하늘로 날려질 때 체전이 남의 이야기만은 아님을 몸으로 느끼고 기뻤었다. 각 대학 대항축구 농구 배구가 진행될 때마다 힘차게 응원을 했고 남산 순환도로의 8km를 완주한 멋진 여학생에게는 갈채를 보냈다. 미니 축구에서 날아오는 공을 손으로 잡아 패널티킥을 허용한 여학생의 애교에는 한껏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 체전에 참여하고 느낀 감상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8천 동국인의 향연임에도 불구하고 개·폐회식 땐 대운동장 스탠드가 거의 텅 비었고 줄다리기 기마전 등의 경기에는 아예 참가인원이 부족하여 경기가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나친 무관심인 것 같아 동국인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의식이 아쉽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또한 본교생뿐 아니라 외부의 손님도 많이 참여하는 옥야제·백상연이 30분 1시간씩이나 예정보다 늦어지고 예정된 계획조차도 거의 수정 진행되어 처음 참여하는 우리들은 몹시 실망이었었다. 진행측이 너무 쉽게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닐까? 엉성하고 조금은 무계획적이었다는 인상이 그리 쉽게 씻어질 것 같지 않다.
  이제 떨어져 캠퍼스에 뒹굴며 웃는 낙엽보다 한번 더 웃을 수 있는 여유와 한껏 부풀어 있는 솜사탕보다 더 포근하고 달콤한 마음으로 우리들의 겨울을 준비해야겠다. 다시 동악은 조용해졌고 진리탐구를 위한 남산 코끼리들의 행진이 있을 뿐이다. 지혜와 덕성을 지닌 그리고 고흐와 같은 정열을 함께 지닌 코끼리들의 행진에 우리 모두 참여해야겠다. 밝은 先進(선진) 東國(동국)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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