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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원의 지면상영] <2>고모라불편한 진실, 담담하게 풀어내

   
▲고모라(Gomorrah,2008)
  장르 : 드라마, 범죄  
감독 : 마테오 가로네
때때로 우리는 사진처럼 기억한다. 모든 걸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선명하게 기억한다는 말이 아니다. 결정적인 한 순간이 다른 모든 기억을 압도한다는 의미다. 각자가 지나왔을 고유한 추억들은 사진을 통해 모아지고 비로소 다른 기억을 환기시킨다.

내 입맛대로 윤색된 추억은 결정적 순간으로 강렬하게 각인되어 우리에게 한 장의 사진을 남겨준다. 영화제에 관한 추억 역시 때로는 이런 한 장의 사진으로 남을 때가 있다. 2008년 부산영화제의 야외상영작으로 상영되며 작은 사고를 냈던 <고모라>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고모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다. 거기에는 기계고장으로 상영시간이 늦어진 까닭에 상영 후 집으로 돌아가기가 난감했던 경험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영화제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그런 이색적인 경험까지 포함한 기억의 사진찍기다.

그러나 <고모라>가 불편했던 까닭은 단지 그런 기억 때문만은 아니다. 이 영화는 실로 불친절하고 적나라하며 감출 줄을 모른다. 로베트로 사비아니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고모라>는 마피아 카포라 가문에 의해 지배되는 이탈리아 나폴리의 실상을 고발한다. 그곳은 권력과 지저분한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카포라 가문의 공포지배로 인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배신한 이웃에게 방아쇠를 당기며 관습처럼 살인을 저지르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지옥과 같은 곳이다. 얼핏 이야기만 보자면 흔한 범죄영화나 느와르영화의 분위기를 상상하기 쉽지만 이 영화의 분위기는 의외로 매우 건조하다.

구역질나는 범죄현장을 너무도 담담하게 그리는 탓에 폭력의 일상성은 더욱 극대화되고 종종 스크린의 벽을 넘어 현실처럼 다가온다. 관객의 불편함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이 영화가 특별한 까닭은 비록 극영화의 형식을 빌렸을지언정 폭력을 쾌락화 시키지 않고, 실제로 나폴리에서 일어나고 있을 현실들을 사진처럼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다섯 가지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정교하게 교차되며 펼쳐지는 <고모라>는 모자이크처럼 흩어진 사건들을 생생하게 이어 붙이는 것만으로 범죄도시 나폴리라는 거대한 한 장의 사진을 완성시킨다. 이 압도적인 폭력과 절망 앞에 우리가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가끔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간다. 과거도, 미래도 없이 존재하는 현실만을 처참하게 보여주는 탓에 지나치게 절망적이라는 비난마저 받고 있는 <고모라>지만, 분명한 것은 적어도 이 영화가 현실에서 눈을 돌리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고모라>가 주는 불친절함과 불편함은 기꺼이 받아들일만한 가치가 있다. 나폴리의 카포라와는 다른 형태의 보이지 않는 폭력이 만연한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이 영화가 시사 하는 바는 적지 않다. 이 불편함으로부터 눈 돌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결정적 순간 속에 있다.

송경원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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