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8월 대법원에서 조세 포탈(逋脫)과 배임(背任)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삼성그룹의 이건희 전 회장이 삼성위기론을 명분삼아 23개월만에 경영일선에 복귀를 선언했다.

그동안 비자금 조성과 차명계좌, 뇌물수수 등으로 온갖 의혹의 중심에 섰던 그의 복귀에 대해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현재 삼성은 혁신을 필요로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위기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 창조를 통해 살아남을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건희 회장의 복귀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 그의 복귀를 환영하는 사람들의 논리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의 복귀와 함께 황제경영의 중심에 있었던 옛 전략기획실의 역할을 할 새로운 이름의 그룹 컨트롤타워 등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삼성은 창업주 이병철 회장 당시부터 비서실을 중심으로 그룹의 모든 권한이 집중(集中)되어 왔다. 이후 시대에 따라 비서실에서 구조조정본부로 그리고 또다시 전략기획실로 명패만 바꿔 달며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한을 행사해왔던 전력을 비추어 볼 때 새로운 그룹 컨트롤타워로부터 야기될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비판적 여론의 목소리가 크다.

결국 이 회장과 함께 퇴진했던 가신그룹의 재등장도 현안으로 부상(浮上)했다. 그들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비롯한 이 회장 지배체제의 편법상속 논란의 주범으로 인식돼 여론의 질책을 받았으며 결국 삼성특검과 에버랜드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던 전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과연 이들 가신그룹 출신의 사람들이 혁신적인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작금(昨今)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인재들인가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옛 전략기획실을 중심으로 이 회장을 떠받들었던 참모조직의 부활이 삼성의 의사결정을 흩트리고 결국 삼성 지배구조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제개혁시민연대 등 이 회장의 경영복귀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들 가신그룹이 폐쇄적이고 왜곡된 의사결정을 할 경우 삼성은 정말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기업의 역할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의 기업이나 경영주가 편법 경영권 승계나 불법 비자금 조성 그리고 조세포탈이나 배임혐의로 의심받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삼성이 대한민국 경제에 공헌한 부분을 인정치 않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적인 선두 기업인 삼성이 이끌어 가야할 기업문화를 상당부분 훼손시킨 혐의에 대해 부정해서는 안될 것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복귀가 그의 인생에 있어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마지막 시도라면 몰라도 삼성의 개혁과 혁신을 위한 재등장이라면 정중히 사양하고 싶은 것이 국가와 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심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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