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높고 쓸쓸한 ‘겨울의 유산’

펴낸곳 : 한걸음 더
우리대학 출판부(한걸음 더)에서 지난 해 1월 출판된 ‘겨울의 유산’이 조계종 문화부와 불교출판문화협회에서 선정(選定)하는 ‘2009 올해의 불서 10’에 선정됐다.

올해의 불서로 선정된 책은 총 10권으로 우수상에 선정된 도서는 ‘간다라에서 만난 부처’, ‘겨울의 유산’, ‘불교해석학 연구’이다. ‘2009 올해의 불서 10’에 선정된 이 책들은 앞으로 불교전문서점을 비롯해 각 사찰 도서관, 본말사 등에서 1년간 홍보될 예정이다.

‘겨울의 유산’은 ‘행복감과 무상감 사이(유년시대)’ ‘무량사 토담길(소년시대)’ ‘건각사 산문 앞’의 세 편으로 이루어졌다.

유년시절을 그린 ‘행복감과 무상감 사이’는 주인공이 여섯 살일 때 ‘내’가 아버지의 뜻으로 아버지가 승려로 있는 무량사의 선방에 취학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행복감과 무상감 사이’에는 아버지의 자결로 책 전체에 흐르는 ‘한없는 무상감’이 시작된다.

‘무량사 토담길’은 유년시절에 이어 1933년 안동 심상소학교에 입학한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시기, 주인공 ‘나’는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해 많은 일을 겪게 된다.  외숙부에게 보내진 후 1년 8개월을 혼자 지내면서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칠 무량사의 무용 송계 큰스님, 허백당 청안과의 인연을 만들게 된다. 임제선풍을 오롯이 잇고 있는 이들 선사로부터 정서와 윤리의 모본을 배우고, 아버지의 그림자와의 끊임없는 교류가 ‘나’의 삶을 지탱하는 뿌리를 형성한다.

책의 마지막 편인 ‘건각사 산문 앞’에는 소년시대로부터 거의 10년이 지난 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사이에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였고, 한 살 연하의 요네모토 미쓰요와 결혼하였다. 작품 속에는 아내를 얻을 때까지의 과정은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고, 산월이 가까워진 그녀가 출산하기까지의 과정만이 상세하게 쓰여 있다. 이러한 속세의 생활 한편으로, 건각사에서의 그의 선 수행이 중심이 되어 기술되어 있다. 유년시절로부터의 한 줄기 굵은 맥이 그의 삶을 지탱(支撑)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아버지는 떠나고 어머니에게도 버려졌던 '나'는 혼혈의 문제 또한 안고 있기에, 고독한 삶의 뒤안길엔 무한과 무상이 드리운다. 자전적 소설 ‘겨울의 유산’에는 조선과 일본의 혼혈아로 어린 시절 가족의 해체와 절대 고독을 경험했지만 아버지를, 그리고 아버지의 나라를 따뜻하게 추억했던 다치하라 마사키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그의 자전적 소설을 통해 고독과 무상을 뛰어넘는 치열한 선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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