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제의 권력의 담을 향해 가슴으로 외치고 있다.

  현실이 어두울 때는 그 어둠 속에서 가려진 그늘에 묻혀 사는 것이 현대인들의 속성이요, 우리의 무감각한 굴종의 모순이다.
  이런 가운데도 자유의 눈을 모아 쇠창살에 부리고 있는 김남주 詩人(시인)은 우리들의 작고 예쁜 민주의 비수가 되고 있다.
  77년 해남에서 정광훈․홍영표․윤기현 등과 농민운동을 전개하고 황석영 등과 함께 광주에서 ‘민중문화연구소’를 개설,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프란즈 하농)번역․출간 등 문화운동을 하다가 79년 남민전 사건에 연루되어 15년의 형기를 선고 받아 現在(현재) 전주교도소에서 8년째 복역 중인 김남주 詩人(시인)은 ‘40이 넘도록 오직 시와 이 땅의 민주화와 인간다운 세계의 진실이라는 꿈만을 간직하여 온 이 땅이 낳은 전형적인 민족․민중시인이다.’라고 하듯이 일관된 삶을 추구하는 인간 중 한 사람이다.
  이런 시인이 자신의 배설물과도 같은 시집 ‘나의 칼 나의 피’<인동출판사 刊(간)>는 거짓과 불의가 살판 치는 세상에서 식민지의 노예와 부자들의 하수인이 되길 거부하는 전사의 노래이며 투철한 지식인으로서의 사명감에 뜨겁게 젖는 호소문이다.
  이 책은 총 4부로 나뉘어 ‘나의 칼 나의 피’ ‘형제여’ ‘사람1,2’ ‘감옥에 와서’ ‘함께 가자 우리’ ‘자유’ ‘농부의 밥’ 등 80여 편의 시들이 압제에 쌓인 분노와 울분을 달래며 권력의 담을 향해 가슴으로 외치고 있다.
  짓눌린 삶으로부터, 가위눌린 악몽으로부터 참을 일으켜 세워 나아가 싸우게 하는 힘으로 자유와 민주의 맛을 보아야 할 격정이 뒤엉켜 아메리카의 가증스러움에 이빨을 갈며 부자놈들에게 아첨으로 그들의 빵부스러기로 배를 채우고 타락한 안일에 잠기려는 者(자)들에게 따뜻한 심장으로 호소하는 ‘나의 칼 나의 피’는 지금 김남주 詩人(시인)의 간절한 소원이 무엇임을 읽게 한다.
  ‘고약한 시대 험한 구설을 만났다/ 나는 버림받았다./ 황혼에 쓰러진 사자처럼 무자비한 발톱처럼/ 나는 누워 있다.’고 말하듯 성난 사자의 포효가 그대로 이 썩고 썩어 문드러진 곳에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날아온다. 신으로부터 불을 훔쳐 인류에게 선사했던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의 자랑인 것 같이 부자들로부터 재산을 훔쳐 민중에게 나눠주려 했던 그는 햇살을 등지고서도 가슴에 또 하나의 해를 부둥켜안고 있다. 누구보다 조국을 사랑하고 민족을 사랑하며 동강난 반도의 아픔을 안타까워하는 0.75평 감방의 양심인.
  시인의 일은 “더러운 者(자)들이 저질러 놓은 죄악 그 하나하나를 파헤쳐 만인에게 만인에게 고하고 일깨워 민중을 일어나 단결하게 하고 자유의 신성한 피의 전투에 나아가자 나아가자 앞으로 나아가자 노력하는 것”이라며 칼바람이는 혹한 겨울에도 그는 오직 손수건만한 책상 속에 자신의 영달이 아니라, 인간적인 의무가 있는 곳에 용기 있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곳에 억압이 있는 곳에 작은 땀방울로 물음표(?)를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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