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연극제 출품 作(작) ‘제3스튜디오’

  T‧V의 프레임이 크고 작게 구조를 이루고 있는 방송국의 스튜디오. 무대 전체 또한 거대한 브라운관으로 꾸며졌다.
  조명이 들어오면 신나는 리듬과 버라이어티한 분위기에 탤런트, 스탭, 작가, 연출가를 포함한 모든 방송관계자들이 녹화기의 제어를 받듯 느린 혹은 빠른 동작을 반복하며 일을 한다. 마치 드라마틱한 무용과 같다. 잠시 후, 아나운서와 작가의 대답―만공도인의 일대기를 그린 특집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광고―이 이어진 다음 연출가는 이 특집극의 히로인 유자영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를 받는다.
  연극배우 출신인 유자영은 자신이 출연한 특집극이 작가와 연출가가 꾸며낸 허위 날조된 조작극임을 알고 제작을 막고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리려한 용감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연출가의 폭력과 사회현실이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으로 그녀의 의지는 무참히 꺾인다. 또한 자신을 농락하고 임신시킨 저주스런 연출가의 살해 시도마저 분장사의 착각으로 실패하자 결국 자신이 극약을 먹고 만다.
  타살에 혐의를 두고 수사를 맡았던 형사는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자살이라고도 타살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이 간접살인에 자조하듯 쓴 웃음을 지으며 무대를 내려온다. 스튜디오에선 특집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방영을 예고하고 다시 처음과 동일하게 탤런트, 연출가, 작가, 스텝들은 VTR을 재생하듯 각기 분주한 일들을 시작한다. 그리고 서서히 암전된다.
  오늘날 대다수의 대중들은 매스미디어라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직접 보고 듣지 못한 수많은 정부들을 섭취한다. 그러나 극히 일방적이고 주입적이기도 한 탓에 그것들은 아무런 거부감이나 저항감 없이 스며들기도 한다. 설상가상으로 본질이라든가 진실이라고 하는 문제 또한 매개자 편의에 의해 악랄하게 변질되고 조작되어지고 한다면, 양심 있는 대중은 분명, 제2, 제3의 유자영이 될 것이다.
  이번 제9회 대한민국연극제의 네 번째 출품작 ‘제3스튜디오’ (극단가교 김상렬/작 이스규/연출)는 이러한 현실사회의 모순을 압축된 방송국의 스튜디오로 잘 대변해 줄뿐더러 무대미술, 조명,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드라마틱한 율동 등이 회화적 터치로 완전합일을 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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