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침입 막아 의약·식품공학에 이용

  本紙(본지)는 국내 최초로 효소단백질 일차구조(아미노산배열)를 결정하는데 성공한 식품공학과 생화학연구실 尹柱億(윤주억)교수팀의 논문을 게재하고자 한다.
<편집자 註>

  살아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최초의 생명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자식은 왜 부모를 닮을까. 생물은 왜 늙게 될까. 우리는 이와 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 단백질을 공부한다.
  나는 지난 여름방학, 쭈리히와 암스텔담에서 열렸던 국제생화학회의에 참석하였다. 발표논문 4천여 편중, 단백질에 관한 것이 22%나 되었고, 단백질과 연관된 것까지 합치면 전체의 90%를 넘었다. 노벨상 수상자의 참석만도 10여 명에 이르렀는데, 그 모두가 단백질을 연구하였거나, 이와 관련된 분야의 학자들이었다.
  학생 여러분은 단백질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영양식품으로서의 단백질(계란, 쇠고기 등)이나 양모, 머리털 단백질 정도일까. 뼈나 이빨, 눈도 그 가장 중요한 성분은 단백질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우리들 몸을 구성하는 주체는 물과 단백질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단백질에는 머리털이나 근육처럼 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도 있고, 혈액 등 체액 속에 녹아서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또 세포 속에는 생명현상 그 자체를 맡아 보는 효소들이 우글거리고 있는데, 이들 효소는 모두가 단백질이다. 효소이외에도 효소작용을 조절하는 단백질성 호르몬이나, 항체 단백질 등 가지각색의 단백질이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유전자를 구성하는 DNA는 우리들의 몸을 만들고 있는 단백질의 설계도로서, 또 그 설계도를 자손에게 전달해주는 물질로서, 단백질과 더불어 생명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2대 요소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설계도에 따라 단백질을 만드는 일이나 설계도의 복사물을 만드는 일, 그 모두가 단백질이 하는 일이다. 유전자 속에 담겨져 있는 유전 정보는 단백질로 바뀌어져야만 비로소 생명현상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이다.
  라이소자임은 모든 생물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세균의 세포벽을 분해하는 효소이다. 닭이나 오리 알의 흰자에 있는 라이소자임은 노른자를 미생물의 침해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눈물이나 콧물 속에 존재하는 라이소자임은 눈이나 코를 통해서 세균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준다. 그러므로 라이소자임은 의약품과 식품공업에서 많이 이용된다. 그렇지만 포유동물의 여러 세포조직에 존재하는 라이소자임의 생리적 기능을 사실은 잘 모른다.
  우리는 꿩 알의 흰자에서 처음으로 라이소자임을 분리·정제하고 그 구조(1차 구조)를 결정하였다. 이 효소의 생리적 기능도 닭이나 오리 알의 것과 같으리라 생각되지만, 구체적인 연구는 이제부터다. 이번 국제생화학 회의에서도 나처럼 라이소자임연구를 발표한 사람(프랑스 사람으로 비둘기 알의 라이소자임연구를 했음)을 만나 서로 좋은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여기에서는 이 라이소자임을 어떻게 분리하고, 정제하였는가, 그 구조는 어떻게 알아냈는가, 구조결정이 갖는 의의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왜 많은 단백질 중에서도 꿩 알의 라이소자임을 택했을까. 첫째로는 이 라이소자임은 아무도 연구한 바가 없기 때문이며, 둘째로는 세균의 세포벽을 분해하는 효소 특이성을 가졌으므로 이 성질을 이용하면 쉽게 정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또 분자량도 14,000정도로 추정되어 구조결정에 알맞은 크기로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 효소의 구조연구를 통해서 여러 가지 종류의 새들의 흰자 라이소자임을 비교 연구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서는 다른 생물의 라이소자임과 비교함으로써 생물의 종의 진화과정을 살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자 이제부터는 어떻게 이 효소단백질을 분리하고 정제하였는가 얘기하자. 앞서도 말한바와 같이 효소는 각기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많은 사람이 모인 가운데서 화려한 옷을 입은 아름다운 아가씨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들 눈에 잘 뜨인다는 말이다. 우리 눈에 잘 뜨이게 하는 성질, 그것이 효소의 특이성이다. 우리는 이 효소를 분리·정제하는 데, 크로마토그라피나 젤여과라는 방법을 썼다. 크로마토그라피는 분리하고자 하는 단백질을 어떤 액체에 녹이고, 그것을 그 단백질과 친화성이 큰 어떤 고체(CM―세파덱스 C―25)의 분말 속으로 통과시켜서 친화성의 차를 이용하여 목적 단백질을 분리하는 방법이다. 지금 롯데 쇼핑센터 3층 여자의류 판매장의 입구에서 많은 사람들을 들여보낸 다음, 이 사람들이 출구로 나오는 속도를 체크했다고 생각해보자. 출구로 나오는 차례는 그 사람의 여자의류에 대한 관심도에 따를 것이다.
  즉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의류매장에 넣어 보낸 사람들을 여자의류에 대한 관심도 별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원리로 아미노산이나 단백질을 분류(분리·정제)하는 것이 크로마토그라피이다. 한편 젤여과는 분자체라고도 불려지는 방법인데 떡가루를 체로 치면 고운 입자는 체 구멍을 통과하고 굵은 것은 체 그물위에 남는다. 분자체는 큰 단백질분자는 통과시키고 작은 분자(불순물)는 통과시키지 않으므로 단백질과 불순물을 서로 분리할 수 있다.
  이 실험에서 사용한 분자체는 세파덱스 G―50이었다. 또 단백질은 그 종류에 따라 전기를 띄는 성질이 다르므로, 이 전기적 성질을 이용하여 분리할 수도 있다. 이 방법을 전기영동이라 한다. 물론 이 방법도 동원되었다.
  오늘날은 크로마토그라피를 비롯하여 많은 분리법, 분석법이 발전하였으므로 아주 미량의 시료도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아미노산이면 약 10억분의 1그램 정도 함유되어있어도 어떤 아미노산인가, 양은 얼마나 되는 가를 알아낼 수 있다. 그러나 분석법이나 정제법은 더욱 발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엔케팔린이라고 하는 우리들의 ‘아프다’는 감각을 조절하고 있는 작은 단백질은 돼지 10만 마리에서 1천분의 1g밖에 얻어지지 않았지만, 이 적은 시료로 그 구조가 결정되었다. 만약에 분석이나 정제기술이 한 단계 더 진보했더라면 1만 마리의 돼지로서 이 연구가 가능했을 것이며, 다른 면으로 보면, 1만 마리의 돼지에서 1만분의 1g정도 밖에 함유되지 않은, 더욱 미량의 새로운 세계를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유전공학 기술의 진보에 힘입어, 특정 단백질을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방법과 이때까지의 방법이 힘을 합치면 더욱 초미량의 단백질에 대한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제 분리·정제한 라이소자임의 구조결정은 어떻게 했는가 얘기하자.
  그런데 먼저 일반적으로 단백질의 구조는 어떻게 되어있나 알아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단백질은 넷크리스(목걸이)를 닮았다고 보면 된다.
  다만 이 넷크리스의 구슬은 아미노산이라는 특수한 물질로 되어있다. 단백질 넷크리스는 20종의 구슬(아미노산)로 되어있다. 세균의 단백질도, 쌀 단백질도, 사람의 단백질도 예외 없이 20종의 구슬로 만들어져 있다. 500개의 구슬로 된 넷크리스를 20종의 구슬로 만든다면 20,500이란 천문학적 숫자의 많은 종류의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생물은 그 중의 일부만을 자신의 단백질로서 사용하고 있다. 목적에 맞는 특수한 차례로 구슬이 이어진 것만 이용하는 것이다. 단백질 넷크리스는 사슬과 같으며, 구슬마다 왼손과 오른손을 가지고 있어서, 한 구슬이 다른 구슬과 이어질 때는, 한 구슬의 오른 손이 다음 구슬의 왼손과 맞잡는 방식으로 결합된다. 왼손은 아미노기(―NH2기)이고 오른 손은 카르복시기(―COOH기)이다. 오른손과 왼손이 맞잡아 한 분자의 물이 빠지면 결합이 이루어지는데, 이것을 펩티드 결합이라 부른다. 또 20종의 아미노산이란 구슬은 모습(화학구조)만 서로 다른 것이 아니고, 화학적인 기능도 다르다.
  그런데 단백질 넷크리스는 사슬의 이음부분인 펩티드 결합이나, 구슬의 화학구조 부분이 각기 특징 있는 점착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단백질의 넷크리스를 물속에 넣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놔주면, 구슬의 결합 순위(배열)에 의한 구조에 따라 넷크리스 사슬이 자연적으로 접혀져서 둥글게 뭉쳐지고 어떤 일정한 모양의 구슬 덩어리로 된다. 말하자면 단백질 넷크리스는 그 접혀짐이 태어나면서(아미노산 배열이 정해지면서)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하나하나의 넷크리스는 그 특유한 접혀짐을 통해서 뭉쳐졌을 때 비로소 효소와 같은 어떤 특징 있는 화학반응을 촉매 하는 신비스런 힘(촉매활성)을 가지게 된다. 이 넷크리스를 구성하는 구슬들이 제각기 결합 순서에 따라 결합되어 있는 것을 전문용어로는 단백질의 1차 구조라 하며, 이 사슬의 접혀진 형태를 입체구조(3차 구조)라 한다.
  이번에 라이소자임의 1차 구조를 결정했다 함은 라이소자임이 어떤 구슬(아미노산)로서 어떤 순위로 결합되었는가(배열 순위)를 밝혔다는 것이다.
  넷크리스의 구슬의 종류와 결합 순서가 하나만 바뀌어도 둥글게 뭉쳐진 모양은 변하게 되고, 성질이나 기능은 아주 달라져 버린다. 우리들의 혈액이 붉은 것은 헤모글로빈이라는 붉은 단백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붉은 빛깔은 그 속에 존재하는 헴이라는 물질 때문이며, 단백질 부분은 글로빈이라고 하는데 무색이다.
  이 글로빈 넷크리스는 약 105개의 구슬로 된 사슬인데, 그 중 단 한 개라도 바뀌면 그 헤모글로빈의 산소 운반 능력은 아주 떨어진다. 한편 어떤 효소 단백질의 한, 두 개의 구슬을 바꿈으로써, 뜻밖에 본래의 효소보다 훨씬 촉매활성이 뛰어난 것을, 또는 엉뚱하게 다른 촉매활성을 갖는 효소를 얻을 수도 있다.
  구슬을 바꾸어치기 하는 일은 유전공학으로 가능하다. 이렇게 단백질 넷크리스의 구슬을 바꿈으로써 그 단백질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이런 분야의 연구를 단백질 공학이라 한다. 우리가 구조를 밝힌 라이소자임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연구를 끌어갈 것이다.
  우리는 분자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다. 라이소자임 넷크리스의 구슬의 배열순위는 어떻게 알아냈는가. 캠브리지대학의 생거교수는 당뇨병치료에 쓰이는 호르몬 단백질인 인슐린 구슬의 배열 순위를 결정한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우리는 인슐린보다 배 이상으로 큰 분자인 라이소자임의 구조를 결정하는데 생거교수와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오늘날 많이 쓰이는 방법은 넷크리스의 맨 끝부분을 찾아내고, 그 끝부분에서 차례로 구슬을 화학반응으로 하나씩 풀어내어 어떤 구슬인가를 알아내는 에드먼 분해법이다. 그러나 긴 넷크리스는 구슬을 풀어내는 동안, 잘 풀리지 않게 되거나, 사슬이 도중에 끊어지는 일이 생겨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구슬의 결합 순위를 두 단계로 나누어 연구하기로 했다. 첫 단계에서는, 넷크리스 사슬 끝 부분에서 하나씩 풀어가도 실패하지 않을 정도의 길이로, 시안화브롬이란 약품으로 사슬을 특정한 자리에서 끊고 끊긴 사슬을 하나하나 분리·정제하였다.
  그 결과 라이소자임 사슬은 세 동강이 났음을 알았다. 둘째 단계에서는 그 하나하나에 대해서 구슬의 배열순위를 결정하였다. 그러나 그 중 하나는 너무 길었기 때문에, 트립신과 V8프로테아제라는 두 가지 단백질 분해효소를 써서 다시 다섯 동강으로 끊고, 이들 하나하나에 대해서 구슬의 배열순위를 결정하였다. 여러 개로 동강난 사슬들은 모두 모아, 전체 라이소자임 넷크리스 사슬의 배열순위를 결정하였다. 꿩 알의 라이소자임은 구슬의 종류가 20종, 구슬의 총수는 129개임을 밝혀냈다.
  뿐만 아니라 이 사슬은 전문용어로 S~S결합이라는 매듭이 네 군데나 있어서, 그냥 둥근 넷크리스가 아니고, 비비꼬여 있음도 알았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단백질(라이소자임)의 구조결정은 이렇게 이루어진 것이다.
  단백질의 구조 연구는 우리들이 택한 방법이외에 유전자에 숨겨져 있는 유전암호를 해독하는 방법이 최근에 개발되었다.
  우리들은 현재 단백질 구조결정의 미량화와 완벽을 기하기 위하여 이 두 가지 방법을 병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이 조그마한 결실이 단백질 연구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 단백질화학, 유전공학, 단백질 공학 연구의 밑거름이 될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