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총학생회를 비롯한 각 단과대 학생회는 예산을 편성(編成)받지 못했다. 학생회비를 승인(承認)하고 각 대표기구의 사업계획 및 회칙개정안을 심의(審議), 의결하는 기구인 총대의원회가 세워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인우 총학생회장은 “예산을 지급받지 못해 지난해 이월 예산으로 학생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때문에 계획 중이었던 사업들이 차질(蹉跌)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총대의원회는 총학생회의 견제(牽制) 역할을 수행하는 독자적인 독립기구로 각 단과대별 대의원장이 선출된 후, 이들이 총대의원회를 구성(構成)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우리대학 11개 단과대 중 대의원장이 선출된 단과대는 불교대, 문과대, 법대, 사과대, 공대까지 총 5곳 뿐이다. 나머지 6개 단과대에서는 대의원장 후보 조차 나오질 않아, 총대의원회는 작년 12월 31일 이후로 계속 공석(空席)인 상태다.

양동석 전(前)총대의원장은 “지금까지 총대의원회가 세워지지 않아 새터 감사(監査)뿐만 아니라 예산 분배도 이뤄지지 못했다”며 “향후 상반기 감사 때가지 총대가 세워지지 않을 경우, 각 단과대별 예산 사용 내역의 투명성을 보장하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총대의원회 구성의 가장 큰 어려움은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이다. 학생자치기구의 존재 여부에 대해 모르는 학생들이 많을 뿐 아니라, 관심조차 없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예술대 A양은 “총대의원회가 예산 감사의 역할을 담당한다면 필요하겠지만, 별 관심은 없다”고 말했다. 또 사범대 B군은 “총대의원회와 대의원장의 존재 자체에 대해 처음 들어봤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인우 총학생회장은 “학생자치기구에 편성된 예산을 빨리 배분받아야 하지만 배분해 줄 기구가 없는데다, 자치기구를 직접 세울 수도 없으니 이래저래 답답한 상황”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아무리 깨끗한 물이라도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고인 물이 썩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새로운 물을 공급해주는 일이 필요하다. 물론 학생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선출된 학생대표자들이기는 하나, 자치기구가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들을 견제하는 기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자치기구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이 학내 사안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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