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소유(所有) 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자기의 분수(分手)까지도 돌볼 새 없이 들뜬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 이 육신마저 버리고 홀홀히 떠나갈 것이다. 하고 많은 물량일지라도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내 삶을 돌아볼 때마다 가장 후회(後悔)스러운 것은 더 가난하게 살지 못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부분이다.”

이는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나오는 한 구절, 그리고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남긴 말이다. 이는 베푸는것 보다는 소유의 노예(奴隸)가 된 현대인들에 대한 가르침이 담긴 말이다.

▲오는 7일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사랑과 나눔 정신을 이어갈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이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창립(創立)행사를 열고 공식 출범(出帆)할 계획이다

. 김수환 추기경 추모 1주기를 맞아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공식 설립하는 ‘바보의 나눔’ 재단은 개인 및 단체, 기업을 대상으로 모금을 받아 종교·지역·이념에 관계없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비록 작지만 희망(希望)을 줄 수 있는 사업을 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소유하기에만 급급한 현대 사회에서 이와 같은 사업은 현대인들의 귀감을 살만한 일이다.

▲법정 스님이 입적하면서 “내 책을 절판하라”라는 유언(遺言)을 남겼다. 입적(入寂)을 앞두고도 그 어느 것 하나 소유하려 하지 않은 이 유언은 평소 무소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법정 스님다운 유언이다. 하지만 스님의 가르침과는 달리 법정 스님의 유언은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너도 나도 희소가치(稀少價値)가 생긴 법정스님의 서적을 구매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결국에는 정가 6,000원인 법정스님의 대표작 ‘무소유’가 십 수만 원의 가격에 이르는 사태까지 이르게 됐다. 이렇듯 현 사회는 나누기, 베풀기보단 소유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러한 사태는 대학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경력 쌓기에만 급급할 뿐, 주위를 둘러볼 여유 따윈 대학가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결국 우리들은 소유의 노예가 되고 있을 뿐이다.

▲우린 더 이상 소유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자신의 경력(經歷)을 쌓고, 자신의 입지(立地)를 다지고, 자신을 위한 기반(基盤)을 마련하는 것들도 모두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에만 치중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많은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법정 스님의 말처럼 이젠 소유의 노예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을 돌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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