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상급식 논란이 뜨겁다. 저소득층 낙인(烙印)찍는 차별급식이냐, 헌법이 보장한 ‘무상교육’의 완성이냐를 두고 정치권의 논쟁이 한층 달아올랐다. 아이들 밥 먹는 문제가 이렇게 정치사회의 주요 쟁점이 되기는 처음인 것 같다. 2200여개의 시민사회·풀뿌리 단체가 모여 친환경무상급식을 요구하고 나섰다. 무상급식은 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락을 결정할 주요 핵으로 부상한 것이다.

그런데 급식의제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정치공세가 대단하다. 포퓰리즘이니, 사회주의 정책이니 색깔논쟁부터 국가재정 파탄설에 부자급식 논란까지 일고 있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여당 정치인들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정치적 수사들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80~90%이상의 무상급식 찬성률이 이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부자집 아이들까지 급식을 공짜로 줘야 하나?’ 여기서 사람들이 많이 헷갈린다. 그 돈으로 더 가난한집 아이들을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면 일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정부여당이 무상급식은 부자급식이라며 공격하는 것도 이것에 근거한다. 최근 당정협의에서 발표한 초·중등 무상급식 지원 정책을 살펴보면, 저소득층 급식비 지원을 조금 확대하는 것이 주요 골자(骨子)를 이룬다.

하지만 무상급식의 취지는 학교안에서의 차별급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낙인효과’나 ‘차별의 내면화’, ‘왕따’ 같은 비교육적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차단하자는 것인데 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거의 없어 보인다. 무상급식을 ‘공짜밥’으로만 취급하는 현 정권의 천박한 인식만 드러냈을 뿐, 급식이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간과(看過)했다.

현재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급식비 지원을 차상위계층 120%에서 180%로 늘리고 97만명에서 200만으로 늘린다면, ‘공짜밥’ 먹는 아이들은 늘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낙인받고 상처받는 아이들이 같이 늘어남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새 학기 3월이면 급식비 지원을 받아야 하는 저소득층의 아이들은 ‘나는 가난합니다’라는 증명서로 담임선생님과 첫 대면을 하게 된다. 부모의 소득 증명서에 이혼증명서는 기본이고 이런 대상이 되지 못할 경우는 아이가 직접 부모의 실직증명서나 신용불량 증명서 등 급식비를 낼 수 없는 사정을 시시콜콜 증명해 보여야 한다.

아이는 가난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무슨 죄인이라도 되는 양 자존심과 자신감을 한순간 잃게 된다. 성장기 예민한 시기,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점심 한 끼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급식은 교육이다. 또한 교과서처럼 교육의 중요한 교재이기도 하다.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헌법의 내용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학교 안에서 만큼은 부모의 빈부격차와 상관없이 우리 아이들 행복하고 자신 있게 생활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이는 국가존립의 가장 근본을 세우는 일이며, 우리 아이들과 교육복지에 대한, 그리고 미래 희망에 대한 가장 확실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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