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드 작품상영, 근·현대사 쉽게 이해

  “진정한 예술이란 삶과 떨어져서 존재할 수 없으며 삶의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낼 때 예술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지난 22일 동국관(L101)에서 열린 예술대 미술학과 주최 4차 학술세미나의 강사였던 이태호 전남대 교수(미술평론가)의 말이다.
  ‘한국 근·현대미술사’란 제목으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의 역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강연과 함께 미술 작품들을 슬라이드로 보여주었다.
  근대시대로 대표되는 일제하의 미술작품들과 서구 모더니즘에 수용되었던 6·70년대 작품들, 80년 광주민중항쟁을 거치고 현재까지 현장미술운동으로 발전한 걸개그림 등에 이르기까지 1백여 점의 작품이 슬라이드로 상영되었다. 또한 강연 후에는 흔히 말해지는 ‘순수·참여’예술에 관한 질의, 응답시간을 가지는 등 전반적으로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근대시대의 미술은 주로 일제 식민지하에서 친일성향이 강한 작품들이 나타난다.
  1920~30년대의 작품들은 보면 일제의 침탈이 강화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마작놀이를 즐기는 기생의 모습’이라든지 조선의 여인이 일본천황에게 금가락지를 선사하는 등의 친일적 작품들이 화단에 판을 치게 된다.
  물론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민족의 올바른 모습을 담아내려는 오지호, 김중현 등과 같은 작가들의 향토성 있는 민족주의 성향의 작품들도 더러 보이지만 일제문화침탈 속에서 그 빛을 발하지 못했다.
  해방과 더불어 미군정시대 그리고 6·70대는 산업화와 제국주의의 문화적 범람으로 다소 무분별한 서구 모더니즘을 수용하기도 하면서 반면 우리 것을 찾자는 노력이 일어나기도 한다.
  박수근, 이상범, 김한기 등과 같은 작가들은 민족현실을 찾으려는 노력들을 하게 되며 이중섭의 ‘소’는 서양화로 우리 것을 표현하려했던 대표작으로 들 수 있다.
  80년대 들어오면서 80년 광주항쟁당시 금남로에서 피 흘린 민중들의 모습을 화폭에 옮기는 ‘강형균’과 같은 이들의 작품이 등장하고 5공·6공화국을 거치면서 미술계도 ‘현실에의 자각’을 하게 된다.
  80년대의 민족미술운동의 한 실천적 성과이면서 집약체라 할 수 있는 걸개그림의 등장은 84년 광주문화행사에 사용된 ‘민중의 싸움’이 최초로서 87년 6월 항쟁, 이한열 열사 장례식, 7·8월 노동자대투쟁에 이르러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현재까지 이른다.
  대략의 근·현대의 미술역사를 슬라이드로 보여준 이번 세미나는 미술학과 학생회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 학기에 한 번씩 가졌던 예전의 학술세미나와는 달리 3백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했고 대부분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으며 많은 학생들이 ‘참된 예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신입생도 더러 참가한 이번 미술학과 학술세미나는 수업방식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것들을 특강식으로 보충하려 했는데 단순히 ‘수업내용 보충’차원을 넘어서 올바른 예술에 대해 문제제기를 던짐으로써 현재 예술계의 내의 ‘운동·비운동권의 예술’이란 시각을 ‘올바르냐 그렇지 못한 예술이냐’의 시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슬라이드의 마지막 영상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려는 연꽃봉오리’로서 끝을 맺는다. 이는 현 단계 민족미술운동이 어려운 환경과 제약조건 속에도 불구하고 꽃피우려한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또한 “오늘 세미나의 성과를 토대로 이후 학생회에서는 좀 더 발전적이고, 전망과 대안을 내세울 수 있는 행사들을 계속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세미나를 좀 더 많이 홍보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라고 말하는 예술대부학생회장 양윤정(미술학과4)양의 말도 현재 동악의 예술도 올바른 예술운동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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