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구<전 본교교수> 지음 / <도서출판 죽산> 펴냄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철학과 과학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 이 만남을 특징짓는 것은, 과학기술혁명으로 집약되는 현대 사회에서 과학기술이 갖는 양면적 성격-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올바로 파악함으로써 사회발전의 전망을 인간해방의 지평 속에서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의 하나라는데 있다. 알다시피 현대사회에서는 과학기술이 직접적 생산력으로 됨으로써 엄청난 생산력 발전을 가져오고 이것은 다시 인간의 삶 전반에 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또한 사회의 역사발전과정에 대한 새롭고 보다 높은 인식을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자본주의 사회이건, 사회주의 사회이건 과학기술 혁명의 성과들을 사회발전의 물질적 기초인 생산력으로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 핵심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여러 부정적 측면을 안고 있다. 즉 저자가 쓰고 있듯이, ‘과학․과학기술은 사람들에게 무한한 행복을 가져다 줄 가능성도 있지만, 멸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할 가능성’도 함께 가지고 있다. ‘특히 오늘날의 과학․과학기술은 독점자본의 이윤추구의 수단이 됨으로써 민중이 수탈 받고,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고, 환경이 파괴되어 사람의 생존마저 거부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측면(인간성의 파괴, 공해, 전쟁, 사람의 소외 등)을 단순히 과학 및 과학기술 그 자체로부터 초래되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관점은 과학기술이 갖는 사회에서의 진보적 성격을 부정하게 됨으로써 인류의 문명자체를 거부하는 데로 나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과학의 문제를 우선 크게는 세계의 문제와 사람의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명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한다.
  저자는 ‘과학․과학기술은 사람이 세계에 작용하여 세계를 개조․변화시키는 이론과 기술’로 보고 따라서 ‘과학자․과학기술자는 당연히 세계가 무엇이며, 사람이 무엇인가, 즉 올바른 세계관과 사람에 대한 올바른 견해를 가져야’한다고 강조한다. 즉 과학 및 과학기술을 단순히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보는 과학주의(실증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오늘날 우리를 둘러싸고 격변하는 세계정세의 역사적 의의를 규명해 보려는 의도도 갖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왜냐하면 과학․과학기술이 현세계정세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며 “과학․과학기술은 세계의 모든 분야․부문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고 그 속에서 자기발전의 역사적 법칙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과학의 정치적 의미’, ‘과학의 계급성’, ‘과학기술과 공해, 재해, 전쟁’, ‘과학기술진보와 제3세계’ 등의 주제들을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처럼 과학기술혁명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 영역, 즉 자연과학 및 그 기술적 측면의 문제, 사회․경제적 측면의 문제, 그리고 철학적․이데올로기적 측면의 문제 등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겠다. 물론 이 세 가지 상호 연관된 측면으로서 통일적으로 파악해야만 할 것이다. 이 책 역시 이러한 문제들을 통일적으로 파악하면서 쉬우면서도 명쾌하게 쓰고 있다. 예컨대 저자는 과학의 의미 및 역할을 다음의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고 있다. 첫째 과학은 생산력을 발전시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물질기술적인 토대를 마련하여 새로운 사회관계를 확립하고 공고히 하는 데에 이바지하며 둘째, 과학은 물질 문화적 재부를 늘려주고, 생산수단과 노동조건을 개선함으로써 사람들의 물질․문화생활과 노동생활을 풍족하게 하는 데에 이바지한다고 본다. 그리고 또한 과학은 나라의 정치, 경제,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 이바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과학․과학기술이 단지 독점자본의 이윤추구의 도구로 전락함으로써 공해문제, 환경문제, 핵문제 등이 발생하여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성을 병들게 한다는 데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철학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올바른 세계관을 확립하기 위해 사람의 문제와 세계의 운동․변화의 원리와 법칙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문제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저자는 변증법적 세계관과 주체적인 인간관을 결합하면서 과학의 문제를 해명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사회적 진공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생산관계를 비롯한 제반 사회적 관계와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과학기술혁명이라는 생산력의 발전에 조응하며 동시에 이것을 규정하는 생산관계의 변화는 무엇인가에 대한 과학적 세계관적 탐구는 필수적인 것이라 하겠다. 과학기술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현대사회를 올바로 인식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책은 우리들에게 과학기술의 문제 및 그것이 함축하는 철학적 문제까지 통일적으로 밝혀주고자 했다는 점에서(이것은 철학의 문제를 새로운 지평속에서 자리매김하는 의미도 포함한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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