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학)의 날갯짓으로…‥

  지난 77년 발족, 그동안 ‘鳳山(봉산)탈춤’과 ‘楊州別山臺(양주별산대)’ 등을 소개해온 民俗劇硏究會(민속극연구회)(회장=金承植(김승식)․전산3)에서는 지난 겨울방학동안 忠武(충무)에서 12일간 현지연수를 갖고, ‘통영5광대’를 전수받아 5月(5월) 축제 때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日淺(일천)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활약을 보이고 있는 同會(동회)가 지금까지 연수받아 소개해온 가면극들중 ‘통영5광대’를 중심으로 소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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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本會(본회)에서 지금까지 연수, 소개해온 ‘봉산탈춤’ ‘양주별산대’ ‘통영5광대’ 등 가면극은 모두 山臺都監系通(산대도감계통)의 대표적인 놀이로 현존하고 있는 황해도의 康翎(강령), 海州(해주)탈춤, 경기도지방의 松坡山臺(송파산대)놀이, 경남지방의 固城(고성), 馬山(마산), 晋州五廣大(진주오광대), 東萊(동래), 水營野遊(수영야류) 등이 이에 속한다. 이번 연수를 통해 북부, 중부, 남부의 춤을 하나씩 익힘으로써 춤, 장단, 내용구성 등에 있어 각 지방의 지역적, 형태적 특징을 비교해 볼 수 있었으며 아울러 공통적인 기류를 찾을 수 있었다는데 그 의의가 크다.

  ‘鳳山(봉산)탈춤’ ‘楊州別山臺(양주별산대)놀이’ ‘통영五廣大(5광대)놀이’는 연출형태, 내용,假面(가면)제작 등에서 그 공통점을 찾을 수 있으며 춤, 장단이 지방에 따라 특색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춤 역시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부드러워진다는 맥을 찾을 수 있다. 연출형태는 음악반주에 춤이 주가 되고 거기에 재담, 노래(唱(창)) 등이 따르며 악기로는 三絃六角(삼현육각)이 주로 쓰인다.

내용상으로는 파계승에 대한 풍자, 양반들에 대한 비판과 아울러 서민들의 애환을 그림으로써 권선징악적인 현실폭로와 웃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면은 모두 얼굴 전면을 덮게 되어 있으며 재료로는 바가지나 종이 등이 쓰이고 있다. 장단이나 춤에 있어서는 지방적인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으며 내용에 있어서도 약간의 차이를 보여 준다.

  황해도의 ‘鳳山(봉산)탈춤’은 海西(해서)탈춤의 최고봉으로 소매 골의 한삼을 경쾌하게 뿌리면서 추어대는 跳舞(도무)로서 사위가 활발하고 춤에 힘이 있어 대륙전래의 建舞(건무)를 연상케 한다. 목중춤의 외사위, 곱사위, 양사위, 만사위, 미얄할멈의 궁둥이춤과 까치걸음 등 춤사위는 양주별산대의 춤처럼 세련되어 있지는 못하나 힘차고 극의 흥을 돋우어준다.

주로 장고의 타령장단에 의하여 5科場(5과장)의 사자춤마당이 있다. 대사는 3․4조의 漢詩(한시) 구절이 많이 인용되어 있으며 주제는 산대도감계통의 가면극으로 위에 소개한 바와 같다. ‘통영五廣大(5광대)놀이’는 경기도지방의 대표적인 山臺(산대)놀이로 사직골, 애오개, 녹번 등의 本山臺(본산대)에 반하여 ‘別山臺(별산대)’라 부르는데 이는 사직골 ‘딱딱이패’에게서 배워가 양주골에 속화시킨 데에서 유래한다고 전한다.

 현존하는 本山臺(본산대)가 없어 남아있는 山臺(산대)놀이 중 가장 원형에 가깝다고 한다. 춤사위를 보면 ‘鳳山(봉산)탈춤’과는 달리 춤이 분화 발전되어 비교적 典雅(전아)한 맛이 있으며 형식미를 갖추고 있다. 몸의 마디마디에 멋을 넣어주는 염불장단의 ‘깨끼춤’과 타령장단의 ‘깨끼춤’은 우리나라 탈놀음 가운데서 가장 세련된 아름다움을 지녔으며 춤사위의 연결이 다분히 연극적인 표현을 얻고 있다. 의상은 화려하지 못한 편이며 다른 假面劇(가면극)에 비해 파계승에 대한 풍자가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다.

  ‘통영오광대놀이’도 역시 山臺都監系通劇(산대도감계통극)의 嶺南型(영남형)으로 춤, 才談(재담), 노래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 ‘五廣大(5광대)’라 함은 金(금)․木(목)․水(수)․火(화)․土(토)의 오행설에서 의거한 ‘五(오)’로서 양주, 馬山五廣大(마산5광대)의 五方神裝舞(오방신장무)를 통해 辟邪觀念(피사관념)에서 연유한 것임을 짐작케 하며 ‘統營五廣大(통영5광대)놀이’가 다섯 마당으로 되어있어 지방적인 특색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장고보다 꽹과리가 주로 반주를 맡게 되는데 다양한 기교로 연주되는 굿거리장단-특히 배기기장단-으로 오광대의 ‘덧배기춤’은 한층 조화를 이룬다. 춤은 鳳山(봉산)이나 楊洲別山臺(양주별산대)에 비해 훨씬 부드러우며 기능보유자 선생님들의 말씀으로는 ‘학이 날 듯 추어야 한다’고 전한다.

이 놀이의 다섯 마당은 문둥탈마당, 풍자탈마당, 영노탈마당, 농창탈마당, 포수탈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의 두 가면극에 비해 양반관료층에 대한 비판이 철저하고 妻妾(처첩)관계의 묘사를 통해 봉건가족제도에 대한 불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있다. 풍자탈마당에서 말뚝이-假面劇(가면극)에서 양반들의 비판을 맡아하는 주역이다-의 대사 가운데 여섯 양반을 앞에 두고 그 근본을 따져 ‘내 집 사랑에 종놈만도 못한 놈들이 이놈 저놈 하는 소리에 아니꼽고 더럽고도, 이놈들!’하고 호통을 치는가 하면 이 소리에 양반들이 꼼짝 못하고 목숨을 비니 말뚝이는 인간적인 도리로서 그들을 용서하여 보내게 된다.

鳳山(봉산)이나 楊洲別山臺(양주별산대)에 등장하는 말뚝이는 결국에 가서 양반들과의 타협으로 끝을 맺는데 반해 통영오광대에서는 철저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밖에 비교적 노래가 많이 나오는데 모두가 판소리에 가까워 무조건 배우려하면 좀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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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忠武(충무)에서 이틀간의 기본 연습이 끝나자 곧 배역을 정해 연습에 들어갔는데 하루 꼬박 여덟시간을 배웠으며 여유가 있을 때는 대사나 唱(창) 연습을 해야 했기 때문에 무척 바쁜 일정이었다. 우리가 이번에 ‘統營五廣大(통영5광대)놀이’를 배우는 것 외에 커다란 수확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정월 대보름의 농악놀이를 생생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이다. 2월 11일은 정월대보름이라 충무시내 곳곳을 도는 농악놀이가 있었는데 이것 역시 ‘統營五廣大(통영5광대)놀이’ 기능소유자, 傳授生(전수생)여러분들이 하셨다.

특별배려(?)로 우리 회원들도 같이 뛸 수 있었다. 놀이는 대체로 한 집에서 30분가량 놀게 되어있는데 징, 꽹과리, 장고, 소고, 북 등이 장단을 치게 되면 ‘地神(지신)밟기’라 하여 춤을 추고 소금을 구석구석 뿌려 잡귀를 쫓는가 하면 다른 농악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것으로, 포수가 뒤를 따라 다니다가 건어물이나 차려놓은 음식에 총을 쏘는 시늉을 하고는 먹을 만큼 집어 등에 멘 망태기 속에 넣고 나오는 것이다.

  때로 등에 ‘양반’이라고 쓴 도포를 입은 사람의 ‘성주풀이’도 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쯤 까지 돌다 끝으로 南望山(남망산) 공원기슭의 傳授會館(전수회관)으로 올라와 놀게 되는데 여기서는 좀 더 신중하게 진행된다. 우선 회관을 한 바퀴 돌고 마당에 둥글게 원을 만들면 가운데 모닥불이 지펴지고, 느린 장단으로 몇 바퀴 돌다 점점 빨라지면 머리를 빙글빙글 돌리거나 덩실덩실 춤을 추며 흥을 돋우기 시작하여 한바탕 신나게 논다. 그리고는 바다를 향해 차려논 제상으로 가서 三拜(삼배)를 하고 한 사람씩 모닥불을 뛰어 넘으며 머리에 꽃장식을 한 사람은 꽃을, 꼬리를 흔들던 놀잇군은 꼬리를 떼어 불에 넣으며 소원을 빌게 된다. 예전에는 농악이 끝나면 곧 탈놀이로 들어갔다는데 올해는 회원들이 연로하신 관계로 아깝게도 탈놀이는 볼 수 없었다.

열흘동안 있으면서 우리 민속의 풍습을 생생하고 가깝게, 그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었던 대보름의 잔치가 아주 인상적이었으며 귀한 경험이었다. 최종 이틀의 試演(시연)을 통해 탈의제작, 의상, 소도구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실제 의상과 탈을 갖춘 상태에서의 연기 등 총정리를 할 수 있었다. 대체로 춤을 빨리 익힌 편이라는 평가와 唱(창), 대사가 부족하니 좀 더 연습하길 부탁하셨다. 마지막 날 傳授生(전수생)이 베풀어 주신 생맥주 파티는 텁텁한 막걸리로 틈틈이 벌여온 酒幕(주막)을 멋있게 장식해 주었으며 마침 1학년 여학생의 생일이어서 아주 신나는 잔치였다.

  힘들기도 했던 날들이었으나 선생님들의 자상한 보살핌으로 남쪽의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쉬웠다면 唱(창)에 대해 미리 기초라도 익혔으면 좀 더 충실히 배워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내려가기 전에 延大(연대) 탈박으로부터 약간의 도움은 받았으나 각 대학교의 민속극연구 서클들이 빠짐없이 모여 연합회를 만들면 이러한 경우 서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여러모로 민속예술의 보급, 傳授(전수) 등에 활력소가 될 것 같다.

  이제 앞으로 있을 5월의 축제공연을 위해 다시 맹연습에 들어가야 할 때이고 우리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늘 함께하시는 지도교수님과 우리 東大(동대)탈박이 이렇게 클 수 있게 주위에서 지켜보아준 東國人(동국인)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알찬 공연을 보여 드릴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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