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所望(소망)들이 우리를 進步(진보) 시킨다”

  꽃샘을 하는지 따스하던 날씨가 돌변하여 영하를 맴도는 이즈음, 웅장한 체육관에 1천6백여명의 건아들이 운집하여 캠퍼스 생활에 그 첫발을 내디뎠다. 장충단 공원에 함박눈이 펑펑 내려 종아리까지 잠기던 날 체온을 밑바닥까지 하강시키는 추위 속에서, 원서를 사려고 헤매던 일이 기억에도 생생하건만 벌써… 나는 이미 이 학교의 학생이 되어 있다. 세월은 쏘아 놓은 화살보다도 더 빠르고 무자비하게 지나가는 것만 같다. 하여간 나는 꽃을 갈구하는 봉오리처럼 꿈을 키우던 고교시절을 뒤로 한 채 아스라하게만 느껴오던 대학 생활에 어느덧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접어든 것이다.
  동악에 올라 두방망이질 하는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한 번 생각해 본다. 비록 보잘것없는 인간에 불과하지만 나는 동악을 이끌어나가고 또한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아갈 사람중의 하나가 아닌가! 하기에 좀 더 알차고 알맹이가 있는 대학생활을 영위해 나가야 하겠다.
  희망이 크면 그에 비례하여 실망 또한 크며, 조그마한 희망을 가지고도 큰 성과를 이루어 낸다면 그 기쁨은 말로 다 형언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작은 소망들이 모여야만 인간사회는 진보를 할 것이라고 좁은 소견으로나마 한 번 생각해 본다.
  그러고 보니 언제 가 본 적이 있는 바닷가의 광경이 뇌리를 스친다. 작디작은 물방울이 모여서 파도가 되고, 파도는 다시 암석을 부숴 모래를 만들고는 그만 스러지고 만다. 허나 거기서 파도가 남기고 간 그 무언인가는 언제고 먼 훗날 누군가가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래밭에서 금을 캐내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언제 어떠한 연유로 생겨난 것인지는 모르더라도.
  나는 대학 생활에 접어들어도 크게 들떠보지는 못했다. 이것은 어쩌면 벌써 내가 남들보다 한 발자욱 앞섰다는 말이 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저 담담한 심정으로 소신껏 생활하여야겠다. 고진감래, 흥진비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시작이 좋다고 반드시 결과도 좋으며 시작이 나쁘다고 반드시 결과가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한 번 쓴 잔을 마셨기에, 노력만 한다면 남들보다 더 침착하게 매사에 임하여 원만하게 자라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나는, 선택받은 인간이 아닌가?
  수도서울을 휘감고 있는 남산의 정기를 받은 동악에 날이 밝아오고 있다. 저 아카시아 사이로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면 대학의 첫 강의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 동악의 동산에도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기에, 머지않아 하이얀 아카시아 꽃이 만발하겠지. 노랑나비, 흰나비들이 하얗게 캠퍼스를 뒤덮은 꽃을 찾아 날아들 때면, 나는 세계속으로 웅비하는 동국인의 한 사람이 되기 위해 힘차게 뛰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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