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의료원 소속 의사 4명과 간호사 6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 조계종 아이티 긴급구조 의료봉사단이 아이티 지진참사 현장에 의료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지난 2월 5일부터 9일까지 아이티 뽄펜지역에 진료소를 개설해 약 1,200여명의 아이티 사람들에게 의료 봉사활동을 벌였다. 그들의 따뜻한 5일간의 아이티 긴급구조 의료 봉사 여정을 살펴보았다.

서인도 제도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아이티 공화국은 죽음과 고통(苦痛), 그리고 눈물과 절규로 가득차 있었다. 진흙과 소금, 그리고 마가린을 반죽해 말린 ‘진흙 과자’가 주식일 정도로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는 이곳에 지난 1월 12일 대규모 진도 7.0 규모의 강력한 지진(地震)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진으로 인해 전체 사망자가 약 30만 명이 발생하고, 모든 건물들이 붕괴된 아이티에 도움의 손길을 전하기 위해 나선 동국 구성원들이 있다. 그들은 동국대 의료원 소속 의료진과 간호사,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된 ‘조계종 아이티 긴급구조 의료봉사단’이다.

쉽지 않은 여정

조계종 아이티 긴급구호 의료봉사단(이하 의료봉사단)은 지난 2월 5일부터 9일까지 총 5일간 아이티에 파견돼 아이티 사람들의 상처(傷處)를 보듬었다.

가족들에게 조차 아이티로 의료봉사를 간다는 사실을 숨긴 채 여정을 떠난 그들의 마음 속에는 두려움 보다는 의료진으로서의 의무감이 더 컸다고 한다. 이들은 미국 뉴욕과 도미니카공화국을 거쳐 지난 2월 4일 아이티 지진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

아이티의 유일한 국제공항인 ‘포르토프랭스’ 공항이 폐쇄돼,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아이티까지는 육로를 이용해 이동했다. 약 4시간의 육로 이동을 통해 아이티 '뽄펜'지역에 도착한 의료봉사단은 현지 아이티 주민들로 부터 환호를 받았다고 한다.


지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

의료봉사(醫療奉仕)가 이뤄진 ‘뽄펜’지역은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버스로 약 15분 정도 떨어진 지역으로, 다른 의료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지역이었다.

이 지역에는 병원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료 효과가 검증이 되지 않은 연고나 민간 요법으로 치료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상수도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비위생 상태로 인한 상처의 2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단장인 조계종 총무원 사회국장 묘장 스님은 “버스로 이동하면서 처참하게 무너진 건물들과, 다쳤는데도 불구하고 치료를 제 때 받지 못해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며 “이들에게 자비의 손길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붕괴(崩壞)됐기 때문에 아이티 사람들은 쓰레기가 즐비한 맨 바닥에 나뭇가지 몇 개와 천 쪼가리로 만든 작은 움막 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다고 한다.

의술, 절망을 희망으로

주변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보건소가 존재하지 않는 뽄펜 지역에서 의료 봉사단의 의료 봉사 활동은 ‘사막 속의 오아시스’였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뤄진 의료 봉사활동 현장에는 하루에 약 200여명이 넘는 아이티 현지 주민들이 치료를 받기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 봉사단의 진료(診療) 소식이 이곳저곳에 알려지면서 인근 주민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도 의료 봉사단을 찾아왔다.

지진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수많은 부상자들을 비롯해 의료서비스가 보급되지 않아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의료 봉사단을 찾았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의 배꼽이 세균감염으로 인해 썩어들어가 아기를 진료소로 데리고 온 젊은 여자를 비롯해 진료소에는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아이티 현지주민들로 가득차 있었다.

외과 진료를 담당한 동국대 일산병원 정형외과 백영웅 의사는 “무너지는 건물 잔해에 부딪쳐 다리 외상(外傷)을 입은 50대 노인 환자는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피부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며 “시내 병원에서 돌려보낸 이 50대 노인 환자를 5일 동안 돌봐 나아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이티 사람들과의 우정

한국인 선교사가 설립한 뽄펜 지역의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운 아이티 청년들은 동국대 일산병원 의료진이 진료할 때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의료봉사단의 부단장인 동국대 일산병원 마취과 김경옥 교수는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아이티 원주민 언어인 크레올어 총 4단계의 통역을 거쳐야지 의사소통이 됐다”며 “진료 시 통역(通譯)을 도와주었던 아이티 현지 청년들과 많은 정을 나눴다”고 밝혔다.

더불어 체온계, 청진기 등 의료 장비들을 보며 신기해하는 뽄펜 지역의 아이티 현지 주민들과 손짓, 발짓으로 서로의 감정(感情)을 나누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웃음을 지은 일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자비정신 실천

석가모니는 타인과 기쁨을 같이하고 슬픔도 같이하는 ‘자비(慈悲)’정신을 강조했다. 대규모 지진으로 삶의 기반과 가족을 잃고 슬픔에 잠긴 아이티 사람들과 함께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온 조계종 아이티 긴급구조 의료봉사단.

이번 아이티 의료봉사를 통해 진정한 ‘구호’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됐다는 그들의 모습에서 또다른 부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자비 정신을 실천 하고 온 그들은 절망의 땅 아이티에 작은 희망을 선사했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