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성 동문은 저자 서문에서 불교에 대한 심경을 그렇게 토로했다. 평소 독실한 불교 신자로, 또한 정론직필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온 저자의 이력에 비춰보면 위의 문장은 이해하기 어려운 도발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법 천하를 기다리며’를 읽다보면 불교를 바라보는 저자의 안타까움과 분노에 절로 머리가 끄덕여지고 만다.
‘정법 천하를 기다리며’는 저자 홍사성 동문이 불교 언론인으로 30년간 여러 신문과 잡지 등에 실었던 칼럼들 중 몇 편을 선별해 출간한 책으로 출판과 동시에 불교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정법 천하를 기다리며’에서 저자는 불교계의 치부에 대해 미움과 절망을 담고 있으면서도 사랑과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미움과 절망을 털어냄으로 미래 불교의 사랑과 희망을 세울 것을 주문한다. 저자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신앙인으로 “불교만큼 우리의 삶을 바르게 이끌어주는 가르침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이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글들은 한국불교가 건강한 정법으로 바로세워지기를 갈망하며 쓰여진 것들이다. 그렇기에 때로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때론 필화에 시달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글들은 지금도 여전히 아직 풀리지 않은, 앞으로 풀어야 할 현재 진행형인 불교계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책을 통해 불교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들의 이기적 필요에 따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멋대로 왜곡하고 훼손하는 현실에서 이를 극복할 방법은 오로지 부처님의 가르침을 올곧게 해석하고 이를 수행과 신행에서 실천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때문에 책 내용의 대부분이 부처님의 말씀과 그분의 행적을 근거로 삼는 것, 책의 제목을 ‘정법 천하를 기다리며’라 붙인 까닭도 여기서 설명할 수 있다.
하기에 불교를 불교답지 않게, 더러는 권력과 이권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수행자들, 학문보다는 줄서기에 익숙한 학자들, 복짓기보다는 복빌기에만 애가 닳는 신도들.
저자는 한국불교의 치부에 가감 없이 메스를 들이댄다. 어느 한 부류가 아닌 모든 불교인들의 총체적 난맥상을 보노라면 자연스레 얼굴이 붉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불교인으로서 또한 불교 신자로서 저자의 지적에 공분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그 답은 독자들의 행동으로 결정될 것이다.
‘정법 천하를 기다리며’를 읽으며 저자가 말하는 참된 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고심해 볼 기회를 갖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