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계의 살아있는 역사, 김종성(국문67졸) 동문 인터뷰

Q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우(聲優)는 □(네모)다.
A. □(네모)는 김종성이다.

여의도에 위치한 그의 녹음실에서 얼굴 없는 배우, 성우 김종성(국문67졸) 동문을 만났다.
종성(鐘聲) 즉 ‘종의 소리’라는 그의 이름처럼 그는 힘 있고 박진감 넘치는 목소리의 소유자다. 그러한 그의 명성에 걸맞게 그는 46년 동안 목소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웃겼다. ‘격동 50년’이라는 라디오 드라마에서는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일어났던 여러 가지 정치적 비화를 전하며 청취자(聽取者)들의 가슴을 울렸고 ‘스펀지’라는 예능프로그램에서는 특유의 목소리를 통해 정보를 전달(傳達)함으로써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이 외에도 그는 ‘태조 왕건’, ‘불멸의 이순신’, ‘재밌는 TV 롤러코스터’, ‘슈퍼스타K’ 등의 목소리로 출연하며 프로그램의 감동과 재미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했다.

드라마 작가를 꿈꿨던 문학청년

 

김종성 동문은 현재 성우계의 살아있는 역사로 통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가 성우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성우가 되리라곤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말하는 김 동문. 그는 “글쓰기를 좋아해 10대, 20대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와 글쓰기로 보냈을 정도로 문학(文學)에 관심이 많았다”며 우리대학 국문학과에 입학한 계기를 밝혔다. 작가를 꿈꾸던 그가 성우란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문학에 대한 그의 열정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그는 TV가 없던 시절 라디오 드라마에 매료돼 라디오 드라마의 극본(劇本)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당시 MBC 라디오 드라마 PD였던 백민 PD에게 무작정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라디오 드라마의 극본 쓰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학원비 없어 청소하며 성우연습

그러한 그의 열정 때문이었을까. 라디오 드라마 PD라는 직업과 성우학원 강사를 겸임하고 있었던 백민 PD는 자신이 강사로 일하고 있는 종로의 성우학원으로 오라고 연락했고, 그는 그곳에서 우연찮게 성우라는 직업을 만나게 됐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이런 직업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성우라는 직업에 흥미가 생겼다고 한다.

오랜 고민 끝에 정식으로 성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성우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대전에 있는 누나를 찾아가 학원비를 부탁했다. 그러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원을 계속 다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학원 원장에게 학원 청소를 하는 대신 야간에 연습실을 이용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열정을 높이 산 학원 원장이 선뜻 승낙을 해줬고 그는 매일 학원 청소를 끝낸 후 밤 늦게까지 연습에 매진(邁進)했다. 결국 그는 이듬해 동양방송(TBC)의 1기 성우로 발탁(拔擢)돼 성우로서의 인생을 살게 된다.

대학서 배운 문학적 소양이 큰 도움

그는 “46년 동안의 성우인생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우리대학 교수님들의 가르침 덕분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국문학과 재학시절 훌륭한 스승으로부터 배웠던 문학적 소양들이 현재 성우로서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스승에 대한 감사(感謝)를 표시했다. 그는 “그 당시 동국대 국문학과에는 서정주, 양주동, 조연현 등 대단한 교수님들이 많았다”며 “그 분들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국문과 동기와의 추억도 잊을 수 없다며 모교에 대한 애정 어린 감정을 드러냈다.

“국문과 동기인 소설가 조정래, 시인 박제천과 대학시절 문학에 대해 논하며 남산에서 막걸리를 마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이들과 지금까지도 우정(友情)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꿈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라

김종성 동문은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성우 중 하나다. 하지만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집안형편이 좋지 않아 성우가 되기까지 학원비를 스스로 충당(充當)해야만 한 그였다. 성우가 된 후에도 PD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프로그램을 그만둬야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려움에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성우생활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내게 닥친 시련을 극복(克服)하려는 강한 의지력을 기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후배들에게 “꿈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하라”며 “노력한 만큼 꿈은 다가 올 것이다”고 당부했다.

‘오디오 북’이라는 새로운 꿈 꿔

“소리의 예술세계는 강하다”고 말하는 김종성 동문. 문학과 소리에 모두 애정이 있는 그는 소리의 예술성과 문학의 재미가 융합(融合)된 오디오북에 빠져있다. 그는 고전문학을 소리로 남기기 위한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현재 삼국지와 백범김구 같은 문학을 오디오북으로 완성한 상태다. 오디오북(Audio book)은 활자(活字)를 음성으로 옮긴 ‘소리로 만든 책’이다.

그는 이 오디오북 작업이 그의 또 다른 꿈인 문학을 펼쳐나갈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앞으로 문학과 소리를 접목하는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갈 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