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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교 없지만 담백한 감동 우러나<1>돼지가 있는 교실

   
▲돼지가 있는 교실
  (School Days With A Pig, 2008)
장르 : 코미디 
감독 : 마에다 테츠
 
어느 영화제를 막론하고 영화제의 거리는 항상 들뜬 열기에 휩싸여 있다. 전주영화제의 관객들로 말하자면 자발적으로 영화의 숲 속을 거닐기를 자청하여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은 사람들이니, 길도 나있지 않은 막막한 숲 속일지라도 특별한 지도 없이 잘도 헤쳐 나간다.

그래서일까. 가끔은 이미 전문가 수준에 도달한 열혈 관객들이 뿜어내는 열기에서 벗어나 숨통을 틔워 줄 영화가 그립다. 아닌 게 아니라 유독 영화제에 오면 관객에게 사색과 성찰을 요구하지 않는 넉넉한 영화들이 보고 싶어진다. 평소에는 진부하다며 눈길 주는 조차 인색했을 그런 영화들의 제목들이 별스럽게 고딕체의 입체적 글씨로 도드라져 눈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다.

작년 전주영화제 작품 중 유난히 눈에 들어온 영화는 바로 ‘돼지가 있는 교실’이었다. 제목부터 인상적인 이 영화는 어떤 형이상학적 표현을 제목에 압축시킨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돼지가 있는 교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6학년 2반의 담임인 호시 선생은 어느 날 돼지 한 마리를 가져와 1년 동안 잘 키운 후 졸업식에 잡아먹자는 제안을 한다. 하지만 ‘식량’이 될 것이라는 미래시제가 아이들에게 당장에 실감이 될 리 없고, 아이들은 돼지에게 ‘P짱’이라는 애정 어린 별명까지 붙여가며 정성껏 돌보기에 이른다. 이 시점부터 애초에 다 키우면 잡아먹자고 식량의 관점에서 접근한 돼지를 두고 하나의 생명이라는 관점으로 눈높이를 맞추게 된 어린 학생들의 고민은 사뭇 진지하다. 이들이 돼지의 미래에 돼지와 관련된 자신들의 미래, 그리고 식량의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성장과 민주주의, 그리고 생명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가볍지 않은 울림마저 전해준다.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생물을 희생시킬 때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해주는 이 영화는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주제를 객석에서 튀어나온 표현 그대로 “캐감동”스럽게 포장할 줄 아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돼지가 있는 교실’은 끊임없이 사색하기를 강요하는 영화들 사이에서 그저 영화가 이끄는 길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진한 감동에 빠져드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는 영화다. 특별한 기교 없이 소박하지만 담백한 요리처럼 깊은 맛이 나는 이런 영화를 발견할 때면, 때론 그저 의심 없이 따라가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그렇게 우리는 수많은 영화의 깊고 우거진 숲 속을 따라 걷느라 다리가 아파 올 때, 잠시 쉬어간 그늘에서 따뜻한 한 방울의 눈물을 얻어갈 수 있다. 올해는 또 어떤 시원한 그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 영화를 발견하는 것도 영화제에서만 얻을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일 것이다.

송경원  영화평론가, 영상대학원 영화영상학과 석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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