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계층과 어떻게 연대할 지에 대한 고민 필요

2000년대 이후 ‘대학문화는 죽었다’는 표현이 등장한 적이 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러한 표현에 대한 반발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은 그러한 언급조차도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분명한 사실은 대학문화가 심각한 위기 혹은 실종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지난 기획기사에서 다룬 것처럼, 동아리문화와 대학축제, 그리고 학회 활동 등 대학문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영역들이 전반적으로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는 것은 대학문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실례이다.

우리가 인식해야 할 대학문화

이에 대한 원인이나 배경, 처방 등에 대한 분석은 여러 가지 관점이 가능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학 외부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환경의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더 이상 민주주의가 쟁점으로 다뤄지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관심사는 정치와 멀어졌으며, 사회적으로는 대학생이 더 이상 소수의 특권계층이 아니라 보편적인 시대가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청년 실업 등 취업의 문제, 즉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해결과제가 되면서 학내의 다양한 활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되었으며, 대중문화의 급격한 팽창은 더 이상 대학문화의 차별성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인식을 제공했다. 결국 지금의 대학문화는 우리가 처한 여러 가지 현실을 얼마나 제대로 인식하고 그 지점에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가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학회 활동’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대학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학회는 주식투자와 같은 직접 실물경제와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대부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 원인은 전지구화와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가 있겠지만, 동시에 대학사회 내부의 대응이나 동력의 부족을 들 수 있다. 전지구화는 가능성과 더불어 수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기 때문에 이는 새로운 문제의식과 대안을 마련하려는 학회를 지향하고 구성 및 조직했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학회들은 과거 ‘역사’에 매몰된 채 학회를 유지하는 데 급급했던 것이다. 이제라도 과거가 아니라 현실과 대안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제의식과 운영방식으로 조직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축제

대학축제 역시 과거 ‘대동제’라는 대학축제만의 차별화를 넘어서는 새로운 구성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때 가장 염두에 둘 것은 결국 대중문화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지금처럼 연예인을 초청하고 버라이어티쇼를 재탕하는 수준에서는 대학축제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대동제와 대중문화를 넘어서는 방식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일단 출발점은 이벤트 업체나 후원 업체 중심이 아니라 대학생 스스로 직접 프로그램과 운영을 전개하는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생산적인 모색 이뤄져야

동아리활동은 학내에서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그리고 새로운 형식과 내용, 주제 등으로 대학사회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과감한 활동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한 동아리 활동은 학교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도 얼마든지 많다. 동아리연합회도 동아리활동 기준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거쳐 동아리문화에 대한 새로운 운영과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대학사회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새로운 문화예술을 표방하는 동아리들이 지금의 동아리문화를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 당국과 동아리연합회 등에서도 그런 동아리에 대한 지원을 우선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대학문화의 화두는 글로벌문화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역설을 고민할 시점이다. 즉 로컬문화로서 대학문화이다. 자신이 속한 지역문화와 어떻게 접속하고 연대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하는 일은 단순히 좁은 시각을 가진 편협한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 문화 영역의 장점은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문화는 바로 그러한 문화의 장점을 잘 살려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생산함으로써 대학사회와 지역사회 내부에서 학생 및 지역주민들에게 어떻게 수용되는가를 직접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경북 지역의 한 대학에서는 대학생 몇 사람이 학교 앞에 소규모 공간을 만들어서 연극과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러한 실험들이 결국 대학생 스스로 기획하고 생산하는 문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며, 나아가 그 대학생들이 사회에 나와서도 자신들의 창조성과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최근 대학생은 온통 ‘인재’ 혹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그러한 맞춤형 인간이 아니라 좀 더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인간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과 힘을 바탕으로 생산적인 문화를 지향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대학문화에 있어서도 자신이 직접 구상하고, 조직하고, 풀어가는 문화적 기획과 실천, 노력이 가미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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