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 4박 5일 산행OT로 음주 문화 혁신 참고할 만

“신입생 여러분 개강 총회 끝나고 뒷풀이가 있으니 꼭 참석해주세요”
개강총회가 한창이었던 지난주에 신입생과 재학생들이 과 별로 모인 강의실에서 들려오는 말이다. 개강총회 뒷풀이는 신입생과 재학생들이 서로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서 마련된 술자리다. 개강총회 뒷풀이로 인해 동대입구역과 충무로역 주변 술집들은 개강 초마다 늘 만원이다.

도가 지나친 개강 초 술 문화

현재 대학 개강문화는 술 문화로 대변된다. 술 없이는 만남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개탄하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결국 이들도 방법이 없다는 식이다. 선배들에게 술 문화를 배운 재학생들은 그들의 선배와 같은 문화를 답습(踏襲)하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술로 획일화(劃一化)된 개강문화가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학생들과 구토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대학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나친 술자리로 인해 매년 대학가에서는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서동민(회계2)군은 신입생 당시의 상황을 “지나친 술자리로 인해 건강상에 문제가 생겼고, 강의도 제대로 들어가지 못해 학업에 지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높은 음주율은 건강상의 이상, 학업능력의 저하, 성폭행, 사망 등의 심각한 문제를 초래(招來)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5월에 발표된 보건복지가족부의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 남자의 경우 소주 1병, 여학생은 소주 5잔 이상씩 마시는 비율이 51.5%로 일반 성인 33.0%에 비해 18.5%나 높게 나타났다. 대학생 음주문화가 점차 과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획일적인 대학문화가 원인

도대체 왜 바람직하지 못한 술 문화가 대학 전반에 퍼진 것일까? 술 문화 외에는 다른 문화적 대안은 없는 것일까? 박인우 총학생회장은 “술 문화 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한다”며 “현재 대학생들의 다양한 문화에 대한 수요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신입생 환영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재학생들의 노력과 신입생들의 요구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술 문화로 획일화된 대학문화의 가장 큰 원인은 대학문화 자체가 대중문화와 다르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더불어 현재 대학생들은 그들만의 문화를 창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반면, 대학생들만의 문화가 확고했던 세대들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김진용(경제65졸) 동문은 “학교를 다닐 때 선후배들간의 술자리는 있었지만 그 도가 지나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김 동문은 “선후배나 동기들은 강의나 토론을 통한 교제를 주로 했다”고 말했다. 송용섭(정치외교90졸) 동문도 “학생운동 당시에도 술 문화는 있었지만 현재 대학생들처럼 도가 지나치진 않았다”고 말했다. 송 동문은 “주로 책을 주제로 토론하거나 시사에 대한 토론, 그리고 적극적인 학회참여로 다양한 대학문화를 즐겼다”며 술문화로 대변되는 현재 대학생들의 문화를 안타까워했다.

다양한 개강문화 조성 노력

하지만 이런 여건 속에서도 학생들이 작은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사례가 있다.
한동대의 경우, 건학 이념을 살려 술 문화를 지양하는 학교로 유명하다. 한동대 총학생회장 심규진 군은 “개강총회 뒷풀이에서 술자리를 갖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또, 한동대는 다른 대학과는 달리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4박 5일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다녀온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션과 혜영부부의 특강과 아이티 후원, 천로역정(天路歷程)이라 불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아이티 후원의 경우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한 학생 전원이 한 끼 식사를 굶어 그 비용으로 후원했다. 천로역정은 한동대만의 전통으로 선배들이 험난한 산행 코스를 극복한 후배들의 발을 직접 씻어주는 행사다. 술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신입생들을 맞이하는 모습이다.
아주대 중앙동아리 사회봉사단의 경우, 작년 3월 학교 앞 식당에서 술은 전혀 마시지 않은 채 개강 총회를 했다. 이 가운데 20여 명은 14일 아동복지시설인 야곱의 집(경기도 평택시 소사동)으로 봉사활동을 가 어린이들을 돌봤다. 올해도 오는 11일 신입생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나갈 예정이다. 이서정 아주대 사회봉사센터 담당자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니 만큼 술보다는 봉사를 통해서 서로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술 문화로 획일화 되어버린 신입생 환영문화의 변화가 시급하다. 대학은 다양한 전공과 다양한 출신들의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다. 신입생들이 대학에 첫발을 내딪는 순간부터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개강문화가 꽃피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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