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올림픽이나 월드컵 때가 되면 시청자들은 매번 방송 3사의 똑같은 경기 화면을 보면서도 어느 방송을 볼까 때아닌 고민을 했다. 나름대로 방송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었다. 어느 캐스터와 해설자가 맛깔스런 입담을 하느냐가 중요한 잣대가 됐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시청자들이 모처럼 방송 선택권을 놓고 예전과 같이 고민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동계올림픽을 보고 싶은 이들은 독점 중계를 하는 SBS를 보면 됐으며 동계올림픽을 보고 싶지 않으면 KBS나 MBC로 채널을 돌리면 됐다.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밴쿠버 올림픽을 통해 모처럼 달라진 방송 3사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동안 획일화된 올림픽및 월드컵 중계방송으로 전파의 낭비와 남용이 얼마나 많았으며 많은 국민들의 알 권리와 정보 접근권이 방송 3사의 과다한 시청경쟁으로 봉쇄됐었던 가를 깊이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의 TV 환경은 그동안 극히 폐쇄적이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시즌이면 시청자들에게 마치 큰 선심이나 쓰는 듯 방송 3사가 주야장차 스포츠 중계만을 내보냈다. 그들만의 독단이었으며 횡포였다고 할 수 있다. 중계권료 부담을 줄이고 과당경쟁을 방지하기위한 조처였다고 밝혔지만 월드 이벤트의 스포츠 중계를 통해 손쉽게 시청률을 올리고 광고수입을 올리겠다는 계산이 숨어있었다. 따라서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올림픽이나 월드컵 기간중에는 차별화된 방송을 볼 수가 없었다. 이러한 방송태도는 셰계의 흐름과 크게 동떨어진 것이었다.
미국은 이미 오래 전에 올림픽이나 월드컵, 프로야구, 미식축구, 프로농구 등은 방송 3사들이 각자 필요에 따라 해당 경기단체와 스포츠기구들과 각각 계약, 차별화된 스포츠컨텐츠와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일본 등은 공영방송 NHK가 워낙 위력이 막강해 올림픽이나 월드컵 중계권료의 대부분을 부담하고 있으나 방송만은 한국과 같이 ‘앵무새 방송’을 하지는 않는다.
사실 이번 방송 3사의 중계권싸움도 그렇다. 국민들은 어디서 중계하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나 방송 3사는 마치 무슨 큰 일이나 난 듯 정규 뉴스프로그램에서 서로 상대를 비난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민들의 보편적 접근권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철저한 자사이기주의가 숨어 있었다.
올림픽을 독점 중계를 하는 SBS는 지방 방송사들과 연계돼 전국 방송사로서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보편적 접근권에 하자가 있는 듯 비난한 KBS나 MBC의 처사는 올바르지 않았으며 방송 3사의 공동 원칙을 깨고 독점 계약을 일방적으로 한 SBS의 행동도 적절치 못했다.
밴쿠버 올림픽 직전까지 마치 올림픽 소식을 전혀 내보내지 않을 기세로 SBS의 비난기사로 목소리를 키운 KBS와 MBC는 한국 선수들의 금메달이 쏟아지자 허겁지겁 SBS의 방송화면을 받아 금메달 뉴스를 내보낸 것은 너무 오만하면서도 기회적인 행위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SBS는 이번 밴쿠버 올림픽을 비롯해, 오는 6월 남아공 월드컵과 2016년까지의 동하계 올림픽과 월드컵까지 독점 중계권을 확보해 스포츠 컨텐츠 경쟁에서 타 방송사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다.
SBS는 앞으로 월드 이벤트의 스포츠 컨텐츠 개발에 많은 노력을 해야하며 KBS와 MBC는 과당경쟁이 아닌 선의의 경쟁으로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월드 이벤트에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안이한 TV 카르텔로 시청자들의 볼 주권을 제한하고 천편일률적인 중계방송을 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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