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문제로 학회 참여율 저조… 축제는 학생아닌 연예인이 주인공

연 재 순 서
1. 침체된 동악의 대학문화
2. 현 대학문화, 대안은 있는가?


대학문화란 무엇일까. 대학문화를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어렵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학이란 공간에서 대학인이 주체가 되어 형성하고 향유(享有)하는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문화가 국가나 지역, 시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듯이 대학문화도 대학 설립 및 교육목표, 제도 등에 근거하여 제 나름대로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문화는 대중문화(大衆文化)와 별반 차이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1990년대 이후 ‘대학문화는 죽었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대학 역시 이같은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동국대’하면 떠오르는 특정한 문화가 있을까? 우리대학은 여느 대학과 마찬가지로 취업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대학문화의 활력소(活力素)인 동아리나 학회에 참여(參與)하는 학생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대학문화 속에는 대학생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대학생들의 고민(苦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학문화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삶과 생각이 드러난다.
연재기획 ‘문화 없는 대학, 대학 없는 문화’ 1편 ‘침체된 동악의 대학 문화’에서는 우리대학의 학생문화의 현 주소를 진단(診斷)해 보고자 한다. 특히 대학문화의 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중 하나인 동아리와 학회의 활동성을 집중 점검해 보고자 한다. 대학은 학문을 연마하는 공간인 만큼 학회의 활성화는 대학문화를 대변(代辯)하는 중요한 요소다. 또, 동아리 역시 학생들의 다양한 가치관을 구현하는 장(場)으로써 그 중요함은 더 말할나위가 없다.

사라져가는 학회, 동아리


80~90년대 학회는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세미나를 개최(開催)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현재 학회의 경우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해져 겨우 활동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총 9개의 중앙동아리 학술 2분과의 경우 2008년에서 2009년 사이에 565명에서 314명, 12개 학회에서 9개로 줄었다.(표 참조)
사회과학대 내 학회의 학회장은 “우리 학회의 경우 1,2학년이 총 11명인데 지난 학기만 해도 5명이 영어공부, 공모전 준비를 한다며 나갔다”며 “지금은 남아있는 인원으로 세미나를 개최해보려 하지만 적극성, 참여성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학회 운영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취업부담에 동아리 참여율 감소


동아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동아리는 전공 공부 외에 자신이 평소에 꿈꿔왔던 열정(熱情)을 펼칠 수 있는 장이었다. 더불어 이들의 활동은 사회지향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동아리에서 그런 대학문화는 찾아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동아리에 참여하는 인원조차 줄고있는 실정이다.
학생서비스팀 통계에 따르면 동아리 개수는▲2008년도 67개 ▲2009년도 68개 ▲2010년도에 60개로 나타났고▲2008년도 2,506명에 육박하던 인원은 ▲2009년도 2,231명 ▲2010년도에는 2,038명까지 줄었다.(표 참조)
왜 학생들의 참여가 줄어드는 것일까? 여기에는 사회적, 개인적 요인(要因) 등 여러 기지 요인이 있다. 하지만 단연 경제적 요인 이 가장 큰 이유를 차지한다. 경제 한파로 인해 대학졸업장만으로 취업을 보장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취업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학생들의 불안과 걱정은 가중되고 학생들은 취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이다.
더불어 동아리 내의 공동체적인 유대감(紐帶感)이 약해졌다. 대부분의 3, 4학년 선배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면서 동아리를 그만 두기 때문이다.
중앙동아리에 속해있는 8개분과(표 참조)영역별로 선정한 10개 동아리 중 1, 2학년 분포가 80%인 동아리 수는 8개로 나타났다.
1학년 때 4개의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이상언(불교3) 불교대 학생회장은 “2006년만 해도 몇몇의 3, 4학년이 동아리의 집행부를 맡아서 했지만, 지금은 3, 4학년의 동아리 참여율도 저조(低調)해져 동아리 집행부를 이끌어 나갈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에 자신의 경력을 쌓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동아리나 단체에는 많은 학생들이 지원한다. 외국인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한글학교 ‘하람’의 경우 취업 시 기업이 요구하는 봉사활동과 외국어를 동시에 충족(充足)시킬 수 있는 수 있기에 많은 학생들이 지원한다. 하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혜미(불미2)양은 “많은 학생들이 몰리기 때문에 14명 제한(制限)을 두고 면접을 통해 뽑는다
”고 밝혔다.

누구를 위한 축제(祝祭)인가


‘종교, 여총 심포지움’, ‘농민법정’, ‘응원제’, ‘판소리공연’, ‘금지곡경연대회’, ‘공동체놀이’ 이는 1980년대 행해지던 과거 동국 대동제의 단상들이다.
대학공동체의 화합을 상징했던 80년대의 ‘대동제’로 대표되는 축제는 전체 동국인이 하나가 되게 하는 구심점이었다. 또한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축제가 열렸다. 동아리들의 축제인 ‘동연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연예인이나 전문가들에 의한 수동적인 축제가 아닌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동아리들이 선보이는 공연이 주를 이뤘다. 축제는 대학생들의 생각과 삶을 단면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는 자리이다.
그렇다면 과연 아직도 5월의 동악을 달구는 학생들의 축제는 과거처럼 대학생들의 삶을 제대로 표현해주고 있을까?
최근 3년간 축제는 마치 ‘축제 데자뷰’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매년 천편일률적이었다. 축제는 동연제, 목멱가요제, 백상응원대전로만 구성됐고 그나마 학생들의 관심도 연예인 공연에 국한됐다.
매년 동연제의 경우, 인기가수의 공연 순서가 다가오면 무대중앙으로 몰려드는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가수들의 공연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생들은 썰물처럼 노천극장을 빠져나가 버린다. 축제가 학생들 스스로 즐기는 마당이 아닌 구경꾼으로 전락해 버린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학생서비스팀 직원 조성환씨는 “학생들의 참여도를 늘리기 위해 차선책으로 연예인을 동원한다”며 “진정한 축제는 학생들이 꾸려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총학생회장 박인우(철학4)군도 “연예인 대신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축제를 기획하고 싶지만, 학생들이 연예인 없는 축제를 즐거워할 지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물론 연예인을 보기 위해 모인 학생들로 인해 축제가 성황리에 진행(進行)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콘서트에 불과하다. 즉 주인이어야 할 학생 스스로가 자신들을 손님으로 대상화시킨다는 것이다.
현재 학생들의 의식, 참여도를 고려해 봤을 때 동악의 모든 구성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한 축제로 부활復活)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
시대가 변했다. 취업 걱정 없던 과거와는 달리 현실에 얽매여 취업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오늘날 대학생의 모습이다. 이들에게 과거 대학문화만큼 보다 능동적이고 참여적인 대학문화를 구현하는 것은 쉽지많은 않을 것이다.

분과명/년도 2008년 2009년 2010년
학술 1분과 6개(152명) 6개(147명) 6개(147명)
학술 2분과 12개(565명) 9개(314명) 9개(314명)
예술·창작분과 8개(264명) 8개(222명) 8개(222명)
공연분과 10개(472명) 11개(401명) 11개(401명)
사회분과 4개(136명) 6개(241명) 6개(241명)
봉사분과 7개(229명) 7개(304명) 7개(304명)
연구분과 5개(121명) 6개(177명) 6개(177명)
체육·교양분과 15개(568명) 15개(425명) 7개(232명)
합계 67개(2,506명) 68개(2,231명) 60개(2,03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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