錢(전)(?)국구 공천

  돈과 권력은 바늘과 실이다. 돈이면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정부요직에도 오를 수 있고 권력가진 자는 갖가지 명목으로 돈을 훑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돈 가는 곳에 권력 있고, 권력 있는 곳에 돈 붙는 세상이 요즘 세상인가 보다.
  최근의 전국구 공천, 전경환 비리 등은 돈과 권력, 재벌과 권력의 야합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
  전국구는 현행선거법에 의하면 전국의석을 5석 이상 차지한 정당의 의석획득 비율에 따라 배분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제1당이 과반수 미만의 지역구 의석을 획득했을 때는 제1당에 의석 2분의 1을 배분하고 나머지 의석을 제2당 이하 정당에 지역구 의석 비율에 따라 갖도록 되어 있다. 즉 전국구는 철저하게 집권 여당의 안정적인 의회 장악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에 불과하다. 그러나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전국구가 현대판 매관매직이라는 사실이다. 돈을 받고 전국구 후보를 선정하기는 여야가 모두 마찬가지이다. 지난 4월 초를 전후해서 발표된 각 당의 전국구 후보 선정에 대한 여론의 화살이 따갑다. 그리고 그 비난의 내용은 돈 있으면 금배지를 다는 기가 막히다 못해 코믹한 현실에 대한 비웃음이다.
  야당의 경우 별다른 정치자금을 확보할 길이 없어 전국구 헌납금이 거의 유일한 정치자금의 마련 통로라고 변명할 수 있을 수도 있지만 이건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것이다. 들은풍월에 의하면 전국구는 직능대표성을 반영하기 위해 생긴 제도라는데 우리는 전국구 5번 안에 골인한 사람은 20억 원짜리로 6번에서 10번 사이는 15억 원짜리로 보이니 이를 어쩌랴. 상황이 이러하니 돈 있어 금배지 달겠다고 저희들끼리 치고받고 하는 판에 관심이 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신문은 마치 전국구 인선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는 양 심층 분석 기사까지 써 대고 있으나 돈 잔치에서 소외된 우리 같은 진짜 보통사람들에게야 돈과 권력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평생가야 만져보지도 못할 돈이 어음이 아닌 현금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민주가 어떻고 국민의 뜻이 어떻고 하는 데야 기가 막힌다.


재벌과 권력의 뒷거래

  요즘 세간에는 전두환, 전경환과 그 일가친척을 둘러싼 각종의 비리가 폭로되면서 화제가 만발하다.
  국제그룹의 양정모 회장은 그의 고소장에서 “국제그룹은 청와대, 새마을운동 중앙본부, 일해재단 등 제5공화국 권력상층부의 정치적 동기 때문에 희생됐다.”고 말했다. 새마을성금을 적게 내고 청와대 만찬에 지각하는 등으로 미운털이 박혀 쫓겨났다는 것이다.
  D제강인가는 새마을성금과 심장재단 기부금조로 모두 30억 원을 헌납하여 자기회사보다 규모가 큰 연합철강을 인수하는 업체로 크고 3억 원을 낸 국제그룹은 해체의 결과를 맞았다는 것이다. 아직 확실히 진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권력을 배경으로 한 모 고위경제 각료로부터 헌금에 대한 강력한 충고를 받았다는 말은 새마을 본부가 권력의 핵심과 직통으로 연결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며 권력 집단에 밉보인 재벌을 해체까지 시키는 그 전지전능(?)함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이런 운 나쁜 재벌이야 어쩌다 한 번 나타나는 경우이고 재벌과 권력의 뒷거래는 알고 있다.
  재벌들은 각종 금융특혜 등으로 그들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노사분규가 나면 전경투입해서 해결해주는 든든한 ‘빽’을 갖게 되고 권력집단이야 별로 어렵지 않은 일 해주고 정치자금 챙겨서 좋고 그렇게 하여 상부상조로 형님, 아우 해온 지 벌써 몇 십 년인가?


마르코스 성역 연상케 하는 일해재단

  일해재단, 일해연구소의 기금 조성과정 등 그동안 장악에 가려져 있던 면모가 조금 드러나면서 정․경유착을 실감나게 한다.
  일해재단은 83년 10월 ‘아웅산 폭발사건’이 계기가 되어 설립됐다.
  버마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전두환과 수행하던 독점재벌들 사이에 유족에 대한 보상과 남북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처를 위한 연구기관 설립의 필요성이 거론되었다는 것이다.
  그 기금 조성을 위하여 50대 재벌그룹이 선정되어 현대․럭키금성․삼성․대우 등 4대 재벌이 그룹당 40~50억을 나머지 기업이 5억~10억씩을 내놓아 5백59억 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했는데 기부금 액수는 미리 정해 놓고 반강제로 염출된 것이라 한다. 50억은 분명 어느 집 애 이름이 아니다. 백만 원짜리로 오백장이라고 말하면 실감이 날까. 도시 얼마나 되는 액수인지 느낌이 들지 않는 액수다.
  우리가 놀라는 것은 자금 규모의 엄청남에도 있지만 결국 그 돈이 누구에게서 나왔느냐는 것을 생각하면 욕이 절로 나온다.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임금인상 요구투쟁을 곤봉과 각목으로 최루탄으로 짓밟는 그들이 수십, 수백억을 서로의 주머니로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이다. 그 엄청난 액수의 돈이 결국 노동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배부른 자들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이다.
  총부지 20만 6천여 평 규모인 일해연구소 내에 있는 소위 비밀가옥은 전두환을 위하여 특별히 마련한 제2의 영빈관이라는데 호화 샹들리에, 등나무 옷장, 외제 변기, 실내 수영장, 비단잉어가 노니는 인공연못 등 그 화려함이 대단하다고 한다. 필리핀의 마르코스가 필리핀 민중들에 의해 쫓겨난 후 공개됐던 마르코스, 이멜다의 초호화판 생활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예의 없이 독재자는 모든 부정부패․축재의 선두주자라서 권력이 바뀌거나 하면 그 비리가 속속 드러나게 마련이다. 독재자가 권력에 집착하는 이유도 알고 보면 ‘지은 죄’ 때문일 것이다.


5공화국(?) 소환 돼야

  그러나 최근 전경환 비리수사과정은 많은 불철저함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조롱당한 기분이 들기까지 한다. 전경환비리가 사회적으로 문제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행정집행상의 잘못으로 형사 처벌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다 전씨의 비밀출국 이후에야 수사착수 의사를 밝혔었다. 또한 수사착수 9일만에야 전씨를 소환하여 수사관례에 어긋나게 중요사건 피의자에게 증거인멸과 은폐조작의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였으며 즉각적인 가택수택으로 비밀계좌, 통장, 장부 등을 입수했어야 했는데도 기소직전에야 가택수색을 실시하였다.
  26가지에 이르는 범죄사실의 나열에도 불구하고 새마을성금부분, 해외재산도피부분에 대해서는 수사가 거의 없으며 새마을성금 횡령, 새마을신문사의 국고보조, 소 도입 파동, 신용보증기금 사옥매입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고 발표하였다. “형님께 죄송”, “못난 동생 단속 못해 국민께 죄송” 결국 결말은 죄송 타령으로 적당히 정리되는 모양이다. 전두환․이순자 부부도 소환조사하고 5공화국 하에서 빚어진 대형 금융 부조리 사건들에 대해 재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일고 있으나 현 정권 하에서는 별로 기대할 바가 없다고 생각된다.
  이순자 일가만 하더라도 아버지 이규동은 대한노인회 회장을 역임했고 첫째 여동생 남편인 홍순두는 일약 동아그룹회사 사장으로, 둘째 여동생 남편인 김상구는 호주대사시절에 소 파동에 연루되고 숙부 이규광은 양회협회장이 되자 시멘트업계가 호황을 맞았으며 남동생 이창석은 교통신호등을 독점 제작하는 특혜를 받았다.
  지난 4월 14일 발족한 ‘반민정당 총선투쟁 민주연합’에서는 전두환, 이순자 부부소환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과연 5공화국의 비리를 모두 밝히고 관련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만 할 것이다. 민중의 피땀을 짜서 배불린 자들의 모든 비리와 죄악상이 낱낱이 밝혀지는 날, 그것은 민주주의 시대의 새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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