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 close and personal'

나에게 기자(記者)라는 세계에 대한 동경심을 안기고 간 영화다. 이 영화 제목의 뜻은 밀착취재.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일어나리라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상황에서 그 곳의 모든 것을 밀착 취재한다. 인터뷰를 하러 잠깐 들른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의 폭동이 일어나 그 곳에 갇혀버리게 된 주인공은 기자로서의 기지(機智) 를 한껏 발휘하게 된다.

주인공은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사건 현장을 생생하게 보도할 수 있다는 열의에 가득 차 있었다. 이런 주인공의 모습은 내가 머릿속에 그려왔던 바로 그 기자의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3년 후 난 화려한 기자생활을 꿈꾸며 동대신문사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6개월의 수습기간은 시련(試鍊)의 연속이었다. 출입처를 배정받아 처음 출입처의 문을 두드릴 때의 떨림과 설렘은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막상 ‘별 일 없는데 왜 왔어요?’라는 취재원 앞에서 그 취재원을 당혹시킬 만한 무언가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에 나 자신에게 실망한 적도 많았다. 또 취재요청 전화를 걸 때는 너무 긴장돼 ‘차라리 전화를 안 받았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기자로서 처음 사진을 찍어야 했을 때 카메라를 들고 허둥지둥 거리는 내 모습이 우습기도 했다.

그러나 신문사에는 이런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더 많은 즐거움들이 존재했다. 동대신문사 수습기자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것을 보았다. 그것들은 단순히 기사의 한 소재로 넘겨버리기엔 너무나 값진 것들이었다. 이연택 총동창회장과 임나진 신춘문예 당선자를 인터뷰 하면서 내 인생이 아닌 또 다른 인생을 사는 것 같았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함께 즐거워했고 같이 행복했으며 때론 슬프기도 했다. 내 짧은 20년 인생 동안 알 수 없었던 삶의 깊이를 깨닫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또 평소 축구를 좋아하던 내가 우리대학과 고려대의 축구 결승전을 취재(取材)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선수들이 흘리는 땀방울 하나마저 내 카메라에 담으며 난 그 어느 때보다도 기자로서의 희열과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기자가 사회를 밝히는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생기자들은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말에 기자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는 사회의 밝은 면만이 아닌 사회의 아픔을 전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물론 내가 지금까지 배우고 느낀 건 사막에서 뜬 모래 한 줌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쉽지 않았던 수습 기간이었던 만큼 내가 진짜 기자가 됐다는 사실에 행복하다. 기자라는 꿈을 향해 힘차게 나선 길. 나는 내 미래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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