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初), 신입생들은 혼란(混亂)에 빠졌다. 바로 올해부터 생긴 영어트랙제(制) 때문이다. 우리 대학교가 새롭게 영어트랙을 개편한 취지는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효율적이고 실용적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하지만 취지와는 다르게 영어트랙제는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았다.

먼저 핵심 교양 강좌선택권이 대폭 축소(縮小)되었다. 영어트랙에 핵심 교양 대체과목이 신설(新設)됨에 따라, 영어트랙 A 학생의 경우 핵심 교양은 영어강좌로만 두 강좌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존재하는 영어 핵심교양 강좌의 수 자체도 적을뿐더러, 두 강의만 들어야하기 때문에 영어트랙 B, C 학생의 경우에 비해 핵심 교양 강좌선택권에 있어 매우 비효율적이다.

그리고 영어 강의의 질적인 문제도 있다. 단계적이지 않고 급속하게 영어강좌수를 늘리자 일부 강의에서는 수업의 질이 떨어졌다. 아직까지 일부 교수진의 영어 강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완벽한 영어 강의를 하는 강좌의 경우에도 문제가 생겼는데, 이 경우에는 오히려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따라갈 수 없어 학습 의욕이 저하(低下)되었다.

마지막으로 과잉 영어 강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이 있다. 영어보다 국어로 수강(受講)해야 더 이해하기 쉬운 강좌가 있는데, 영어로 강의가 진행되어 교수와 학생 모두 힘들어 하는 상황도 일어났다. 예를 들면 ‘불교와 인간’ 강의의 경우, 인도어가 자주 쓰이는 수업이고 불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강의이지만, 영어 강의를 하면서 오히려 내용의 깊은 이해를 방해하고 있는 상황이며 인도어뿐만 아니라 평소 사용하던 불교 용어들 또한 영어로 번역해 공부해야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굉장한 혼란을 주었다. 교수진 또한 국어로 가르치는 것 보다 훨씬 수업 효율이 떨어지게 됐다.

따라서 효율적인 영어트랙을 위해 핵심 교양 강좌선택권 확대와 각종 영어 강의에서 학생들의 수준에 맞춘 적절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한국인 교수나 원어민 교수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강의를 영어 강의로 수강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이고 심도 있는 고민이다. 천천히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영어트랙제를 진행시키지 않으면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학교는 명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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