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퓌스 사건과 지식인

 

이번 정부에서 내건 기치는 선진한국이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법치주의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 법치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준법의지가 있어야 하고, 준법정신이 함양되어야 한다. 오늘날 법은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법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을 만들고 적용하고 집행하는 자들이 정의감에 투철해야 한다. 법이 아무리 정당하다고 하여도 정당하게 법을 집행하지 못한다면 정의는 실현되지 못한다. 제도는 인간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인간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면 어떤 제도도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필자는 법학에 입문하면서 니콜라스 할라즈가 지은 ‘드레퓌스사건과 지식인(한길사, 1982)’이란 번역본을 읽었다. 이 책은 19세기 말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드레퓌스사건의 전모와 그 배경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드레퓌스는 유태인출신의 프랑스 포병대위로 근무하던 중 육군기밀문서를 적에게 유출했다는 누명을 쓰고 반역죄 판결을 받아 참혹한 유형생활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프랑스 지식인들은 반유태주의자들에 의하여 희생된 드레퓌스를 구하고 정의를 위하여 궐기한다.

여기서 프랑스의 문호 에밀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으로 드레퓌스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하여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장을 발표하고, 프랑스 양심에 호소한다. 이 이후 프랑스는 드레퓌스사건에 대한 재심요구파와 재심반대파로 갈리어 결렬한 싸움을 벌이게 되고, 프랑스사회를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었던 정치적 대결은 수년간에 걸친 끈질긴 재심요구의 투쟁 끝에 드레퓌스가 무죄판결을 받음으로써 종결된다. 진실을 수호하고 프랑스의 양심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지식인들이 드레퓌스를 구하고 자유와 평등, 박애로부터 시작된 프랑스공화국을 지켜낸 것이다.

드레퓌스사건은 이성을 가진 인간사회가 얼마나 감정적이고 편견이 가득한 사회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역사적 실례(實例)이다. 시민혁명을 통하여 수많은 희생을 거치면서 어렵게 이룬 국민주권의 시대에 국민의 의사가 국가의 의사가 되어 국가를 지배할 때, 정당성이 결여되면 또 다른 비극이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 사건은 소수의 선동가에 의하여 국민이 아주 쉽게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는 히틀러에 의하여 독일이 지배되면서 너무나도 어이없게 이성을 상실하고 세계를 전쟁의 고통 속에 몰아넣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드레퓌스사건에서 커다란 교훈을 얻게 된다. 그것은 모든 역사적 사건에는 숨어있는 진실이 있다는 것과 인간사회에서 이성을 상실할 때 그 대가가 너무나 크다는 것, 그리고 고난과 역경을 넘어서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할 때 그 사회가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하여 왜 법을 공부해야 하고 어떻게 법을 공부해야 하는지, 그리고 배운 법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필자가 읽은 책은 오래 전에 출판된 것이라 도서관에만 소장되어 있다. 그러나 드레퓌스사건을 다룬 책들은 상당수가 출판되었기 때문에 손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손이 아리도록 추운 날씨에 겨울임을 실감하게 된다.

따듯한 방에서 편안하게 드레퓌스사건을 읽으면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하여 헌신한 이들의 흔적을 찾다보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진실이 쉽게 밝혀지지 않는다 하여도, 결코 멀리 있지 않으며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것도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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