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한 歷史民族(역사민족), 더구나 그 파란만장한 민족사상의 정화는 一物一言(일물일언) 秘(비)요, 藝(예)며, 學(학)이니, 이른바 藝術文化(예술문화)가 그것이다. 거기엔 민족의 술기가 사려있고, 따스운 脈(맥)이 고동하며, 남다른 빛깔이 저며 있나니 文字(문자)로 풀어온 民族情緖(민족정서)가 곧 민족문학이요, 그것은 어느 藝術(예술)보다도 요연한 民族心象(민족심상)의 거울이다. 그러므로 文學藝術(문학예술)은 워낙 傳統(전통)의 脈絡(맥락)을 찾아서 오늘에 이어왔고, 참스런 來日(내일)의 창조라는 無形(무형)과 照鑑(조감)과 有形(유형)의 기대라는 가설적 변증으로 이냥 푸르게만 民族魂(민족혼)을 지도해왔던 것이다.
  따라서 문학연구는 곧 민족의 文(문)․史(사)․哲(철)을 考究(고구)하는 민족 재생의 위대한 학술과학이다. 이에 필요불가결한 것이 중요한 자료임은 揚言(양언)의 나위가 없다. 그러나 워낙 장구하기에 파란도 만장했던 우리의 5천년사는 문헌의 인멸과 典籍(전적)의 부실을 낳아 안쓰러운 觀井(관정)의 활갯짓을 不謝(불사)케 했으니 羅代(나대)와 麗代(여대)의 詩歌(시가)문학이래야 고작 片鱗(편린)에 그쳐있고, 鮮朝(선조)의 그것마저 道學(도학)의 偉容(위용)과 烽燧(봉수)의 世亂(세란)으로 애태우기 하마 지쳐버린 감이 있다.
  그런 점에서 금번 集文堂刊(집문당간) 李相寶(이상보) 博士(박사)의 ‘韓國佛敎(한국불교) 歌辭全集(가사전집)’은 그 해박한 論考(논고)와 解題(해제)는 차지하고서도 韓國歌辭文學硏究史上(한국가사문학연구사상) 획기적인 功果(공과)를 점유하기에 빛나는 1大資料集(대자료집)이다.
  물론 李博士(이박사)의 그 우람한 몸매가 진작 저력 있음을 과시는 한 바이지만, 한편 걸맞지 않은 바지런과, 多事(다사)한 公事間(공사간) 집무밖에 또 그런 열정으로 수차에 걸친 ‘佛敎歌辭硏究(불교가사연구)’ 및 ‘佛敎歌辭歷史(불교가사역사)’라는 重量(중량)한 論考(논고)를 發表(발표)했고 급기야는 解題(해제)를 겸한 資料集(자료집)을 學界(학계)에 내어놓음은 실로 그가 이미 쌓아놓은 學的(학적) 業績(업적)만큼이나 우리 歌辭文學硏究(가사문학연구)의 새로운 向方(향방)을 제시한 것임에 틀림없다.
  워낙 우리문학의 사상적 배경이란 三大(삼대)사상과 전통적 샤머니즘이라 하겠으나 기실 민간신앙에 뿌리박은 불교사상은 奉儒(봉유)의 조선조에서도 外儒內佛(외유내불)의 울력을 막을 수 없었으니 예컨대 세종․세조대의 불경 諺解(언해)는 그 好證(호증)이다. 그러나 특기한 바는 본 불교가사의 절대한 작가층이 사문이라는 점이다. 현전 국문학작품 중 그 숱한 시조문학에조차 僧侶(승려)의 작품은 극히 드물었거니와 70여 편에 달하는 가사문학작품이 있었다는 것은 새로운 驚異(경이)가 아닐 수 없다. 주지하는 대로 ‘不立文字(불립문자)’와 ‘絶慮忘棄(절려망기)’를 도정으로 하는 禪門(선문)의 허튼 혜음은 불가의 금물이다.
  그러나 佛國士(불국사)건설과 衆生求濟(중생구제)는 法門(법문)의 使命(사명)이다. 여기에 필수가 歌(가)며 謠(요)임을 체득하여 몽매를 깨우칠 진리의 요령에 값하려던 수단이 문학이요, 귀에 익고 호흡에 맞는 Form이 歌辭(가사)였던 것이다. 일찍이 나옹화상의 ‘西往歌(서왕가)’가 그것이었고, 개화기 이래 한국 현대 불교계의 거성이었던 退耕禪師(퇴경선사)의 ‘湟樂歌(황락가)’ ‘成道歌(성도가)’가 그것이었다. 이른바 時調文學(시조문학)은 破閑(파한)의 여적일 뿐이요, 심오한 敎理弘布(교리홍포)의 사설은 歌辭文學(가사문학)이 그 조리와 논리와 설득과 비유로 제격이었으리니 안방으로 찾아든 佛力(불력)은 하마 정토의 본밑이 되기에 넉넉했고, 눈(目(목)) 보다 가까운 귀(耳(이))에서 귀로 처지는 圓音(원음)은 곧장 女性敎化(여성교화)의 필수가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발달되고 향유되어진 佛敎歌辭文學(불교가사문학)은 李博士(이박사)의 本編著(본편저)가 日光(일광)을 얻기 전엔 나옹화상 외에 수삼편 있을 줄은 알았지만 진작 70여 편의 생생한 本板(본판) 혹은 필사본을 대하고 보면 歌辭文學(가사문학)은 물론 國文學(국문학) 各(각) 장르에서 좀 더 알뜰한 자료정리와 함께 佛敎文學(불교문학)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기대된다.
<集文堂刊(집문당간)․신국판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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