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의 하루는 조금씩 비껴간다.
마주보이는 귓등이
차고 매끄러울수록
돌아앉은 등판이 보이고
낡은 유행가만 그대의 가슴 깊이
그득그득 쌓이고 있다.
—지나간 사연은 아름답소
당신은 지푸라기를 잡고 있군요
버리세요, 버리세요,
뒤돌아보여지기 위해
아름다움은 뒤돌아보여지기 위해
그리고 낡아가요—


그렇게 하루는 조금씩 비껴갔다.
돌아오는 길에
부끄러움은 돌덩이처럼 굳어져
가슴이 흔들렸다
다리가 흔들리고
그 다음엔 발 밑에서 땅이 흔들렸다


조금씩 자리를 넓혀가는 어둠이 보인다
거꾸로 흘러가는 그대의
여원 얼굴이 보였다가
비가 조금 내리고
일순 풍경이 뿌옇게 흐려졌다


어둠 저쪽 어디멘가
잠들어 있을 정직의 나라
그 잃어버린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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