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는 내리막길
  마지막 生涯(생애)의 階段(계단)을 울리는
  장님의 아코디언 소리
  설핏한 하루의 해를 붙들게 하는가.
  그 소리여 비인 굴절을 벗어나
  몇 번인가 통과한 그 소리여
  하루쯤의 지하도
  뭇시선으로 영글어간 노을의 씨앗.
  새삼, 지긋한 나이로 돌아가는 길은
  우리를 이처럼
  슬프게 한다지만
  장님이 아니기에 나에겐
  더 슬픈건가.
  문득, 지하도를 몇 발자욱 떼어보면
  그의 全生涯(전생애)에 바람이 부는구나.
  엄엄한 불빛의 지하도 入口(입구)
  어둠을 그마저 끌어갈 때
  저무는 노을을 뜯는 저 소리여
  귀 기울인 行人(행인)의 옷깃을 세워
  땡땡한 여름의 막바지에도
  오싹 한기를 느끼게 하는 感氣(감기)


  항용, 뜨거운 바램일지
  하나 밖에 없는길
  솟구치는 하늘 어디에
  목이 가는 해바라기 되어
  우리에게 더 弱(약)하디 弱(약)한 마음을
  울리지 않고 돌아서게 하는가.
  그들은 무엇을 말하지 않음에 말하게 하는 눈가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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